28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by 작가의숲

며칠 전

마당에서 산책하던 오빠는

누군가와 열심히

얘기하는 듯했다


그때 내가

창문을 열고 물었다


"오빠, 누구랑 얘기해?"


오빠에게 섬망 증상이 생기면서

가끔 누군가와

얘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의사 선생님은

돌아온다고 가볍게 했지만

그 시간은 너무 더디다


"나무하고 얘기하지"


의외의 대답이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정말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나무랑 무슨 얘기를 했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얘기"


오빠의 답변은

'개 풀 뜯는 소리'와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위기를 모면하듯

그렇게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뭐야?"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뭔고 하니...

내년에 우리 논에 나락을

어떻게 심을 것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대화가 된다니

역시 오빠는 순발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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