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당에서 산책하던 오빠는
누군가와 열심히
얘기하는 듯했다
그때 내가
창문을 열고 물었다
"오빠, 누구랑 얘기해?"
오빠에게 섬망 증상이 생기면서
가끔 누군가와
얘기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의사 선생님은
돌아온다고 가볍게 했지만
그 시간은 너무 더디다
"나무하고 얘기하지"
의외의 대답이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정말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나무랑 무슨 얘기를 했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얘기"
오빠의 답변은
'개 풀 뜯는 소리'와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위기를 모면하듯
그렇게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뭐야?"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뭔고 하니...
내년에 우리 논에 나락을
어떻게 심을 것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대화가 된다니
역시 오빠는 순발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