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은빛 찬란한 날

by 작가의숲

며칠 전

오빠는 갑자기

은빛 페인트를 사야겠다고 했다


시장에 들러

4만 원짜리 페인트 한 통과

붓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내가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오빠의 바지는 이미

페인트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오빠는

농장 곳곳을 둘러보며

녹슬고 낡은 부분을

은빛 페인트로

깔끔하게 칠해 놓았다


우리집 농장은

오빠가 직접 만들었지만

몸이 아픈 이후

관리가 소홀해졌다


나는

오빠의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했지만

오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은빛페인트처럼

오빠의 삶은

지금도 찬란하게

번쩍번쩍

빛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큰오빠지브리풍(35x3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