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어쩌다 정원사

by 작가의숲

오빠는

해마다 봄이면

나무 가지치기를 서두른다


정말 이렇게까지

잘라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 어떤 자비도 없이

싹뚝 잘라 버린다


얼마전에는

그동안 키운 마리골드를

꽃이 피기도 전에

한아름 정리해 버렸다


오빠는

그냥 있을 땐 몰라도

한번 했다 하면

살벌할 정도로

시원하게 정리하는 성격이다


"앞으로 우리집 정원은

오빠가 맡아서 관리하면 좋겠네"


내친 김에 오빠에게

막중한 업무를 맡겨야겠다 싶었다


오빠는 그렇게

어쩌다 보니

우리집 정원사가 됐다

큰오빠지브리풍(35x3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