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5(월)
퇴근할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어디에요?”
“나? 지금 사무실에서 나왔어”
“아 그래요? 우리는 밖인데”
“어디?”
“그때 벚꽃 봤던데”
“아, 그래? 그럼 거기로 갈까?”
“여보 얼마나 걸리지?”
“글쎄. 차가 얼마나 막히느냐에 따라 다르지”
“알았어요. 일단 이쪽으로 와요”
애들이 아빠하고도 좀 놀다 들어가고 싶다고, 아빠를 기다리자고 했다고 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차가 엄청 막혔다. 평소보다 한 20-30분은 더 걸렸다. 애들이랑 잠깐이라도 놀고 말고 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야 무한정이었지만 아내와 나도 퇴근을 해야 했으니까. 내가 도착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은 김밥 가게였다. 저녁으로 먹을 김밥과 떡볶이를 받아서 바로 차로 돌아왔다. 아빠하고 놀지 못하는 아쉬움을 삐그덕 거리는 아빠의 출퇴근용 차를 타는 걸로 달랬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도 아내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오는 동안, 아주 조금 놀았고.
아내랑 아이들이 그냥 바람을 쐬러 나간 건가 싶었는데 중고 거래를 하러 나간 거라고 했다. 서윤이의 모자와 아기띠. 아기띠는 소윤이 때부터 쓰던 게 있는데 너무 낡아서 똑같은 걸로 바꿨다고 했다. 이럴 때 실감이 난다. 소윤이를 처음 아기띠로 안았던 게 정말 너무 생생하고 얼마 안 된 일 같은데,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모자는, 느려도 너무 느리게 자라는 서윤이의 머리카락을 가리고 여자 아기라는 걸 좀 알릴 요량으로 샀지만 서윤이는 요즘 모자만 씌우면 다 벗어버린다. 주제도 모르고.
아내는 애들을 재우러 들어가서 나에게 카톡을 남겼다.
“여보는 혹시라도 설거지하지 말고”
오늘은 아내가 그 말을 안 했어도 안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그렇게 말하니 또 괜히 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 이런 건가.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공부하라고 그러면 하기 싫고,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해도 된다고 그러면 해야 할 것 같고.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오늘은 정말 안 했다.
아내도 오늘은 힘들었는지 설거지를 그대로 뒀다.
“여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그래 좋아”
아내의 아침이 한결 바쁘고 힘들어지겠지만, 일단 오늘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