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고수의 멀미

21.04.06(화)

by 어깨아빠

소윤이가 며칠 전부터 이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에 다녀왔다. 어제부터는 살짝만 씹어도 아프다고 했다. 은으로 씌운 곳이 아프다고 하길래 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음식물이 끼면서 염증이 생긴 거라고 했다. 다행히 큰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고 그냥 약만 좀 먹으면 된다고 했다. 간 김에 시윤이도 검진을 받았는데 멀쩡하다고 했다. 물론 다섯 살부터 충치가 잘 생긴다고 하긴 했지만 시윤이는 이와 이 사이가 멀다. 틈이 많아서 뭐가 잘 안 낀다. 소윤이는 주거 밀집 지역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밖에 나간 김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나 보다. 차로 10분 이내의 가까운 곳들이었겠지만. 근처 아파트 단지에도 갔다고 했다. 화요일마다 장이 서는데 거기 바이킹이 있었다. 뜬금없이 한 번씩 바이킹이 타고 싶다고 얘기하는 소윤이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바이킹을 다 타고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소윤이 바이킹 탔어”

“아, 좋아했겠네”

“그렇지. 그런데 엄청 높이 올라가더라”

“그래?”

“어. 난 보기만 해도 무섭던데”

“소윤이도 무섭다고 했어?”

“다음에는 좀 앞에 앉겠다고 하던데. 오늘은 맨 끝자리에 앉았거든. 손을 못 놓더라”

“무섭긴 했나 보네”


어린이 바이킹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지난번에 우리 집 근처에 왔던 바이킹 같이 탔다가 혼쭐이 났다. 오늘 탔던 건 더 무서웠나 보다. 아내와 아이들은 차에 타면서 전화를 한 건데 나와 대화를 하던 아내가 갑자기 소윤이에게 얘기를 했다.


“소윤아. 표정이 왜 그래?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


소윤이가 뭔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나 보다. 아내는 그럴 만한 일이 없었다며 의아해 했다. 그렇게 통화를 끝냈는데 잠시 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소윤이 주차장에서 토했음”

“왜? 어디 아파?”

“아무래도 바이킹 타고. 타고 나서 아빠가 왜 토할 거 같다고 하는지 알겠어요. 이랬거든”

“멀미했나 보다”


뾰로통한 게 아니라 속이 안 좋았던 거다. 바이킹이라면 ‘하나도’, ‘조금도’ 무섭지 않고, 어린이 바이킹은 이제 시시하다던 소윤이의 명성에 크게 흠집이 났구나.


저녁에는 약속이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가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점심을 늦게, 거의 저녁처럼 먹어서 따로 저녁을 먹지 않았다. 나만 급히 저녁을 먹었다. 아내가 계란밥을 만들어 줬다. 혼자 앉아서 계란밥을 먹으려니 뭔가 어색했다.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아빠 앞에 앉아서 대화 상대가 되어 주라’고 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시답지 않은 일들을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다.


날계란 넘기듯 빠르게 계란밥을 먹고 집에서 나왔다. 의논할 게 있어서 처치홈스쿨 교감 선생님 집에 간 건데 얘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아주 많이. 다시 집에 돌아온 시간이 11시 30분이었다. 서윤이는 거기서 출발하기 전에 이미 잠들어서 그대로 눕혔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빠르게 씻겼다. 시간이 워낙 늦어서 아내랑 나도 씻고 아예 자러 들어갔다. 이렇게 다 함께 누운 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누웠던 적은 많지만 다시 거실로 나갈 생각 없이 자려고 누운 게 오랜만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차피 누우면 5분 만에 잠들 거면서, 엄마와 아빠랑 ‘같이’ 누워서 자는 게 좋았나 보다.


“소윤아, 시윤아. 잘 자”

“엄마, 잘 자여. 아빠도 잘 자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