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1(화)
오늘도 서윤이 울음소리를 못 들은 거 같아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오늘도 서윤이가 안 깼나?”
“서윤이는 깼습니당. 2-3시쯤?”
내가 못 듣고 쿨쿨 잘 잤나 보다. 그래도 오늘은 서윤이가 효녀짓을 했다. 어제 알람 맞추는 걸 깜빡하고 잤는데 원래 알람이 울렸어야 할 시간에 정확하게, 서윤이가 깨서 울었다. 덕분에 알람 없이도 평소처럼 일어났다.
서윤이는 오전에는 기분이 좋았나 보다. 현관에 나가서 아내의 신발을 신고 뿌듯해하며 웃는 걸 아내가 찍어서 보내줬다. 오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응가 한 번 닦아주고 나니까 엄청 심하게 운다”
엄청 슬프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서 걸핏하면 목청껏 우는 서윤이 모습을 아내가 다시 찍어서 보내줬다. 종종 통화로 듣는 아내의 목소리에 체념, 힘듦, 절망 등의 색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서윤이도 힘들긴 하겠지. 엄마 젖도 양껏 못 먹어, 손가락도 마음대로 못 빨아, 14개월 인생의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으니. 이해는 되지만 현실로 마주해서 고막을 탕탕 때리는 고주파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해고 나발이고 그냥 괴롭다.
“아이구. 우리 서윤이가 뭔가 마음에 안 드는구나. 많이 힘들구나. 그래그래. 엄마(아빠)가 안아줄게. 그래그래”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주고 대해 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어디 배운 대로만 잘 되면 그게 육아겠나. 그렇게 못 하는 게 육아의 맛이지.
퇴근할 무렵에, 아내와 아이들은 놀이터에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로 놀이터로 갔다. 서윤이가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생소했다. 너무너무 좋아했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놀이터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낮에 현관문으로 아내를 끌고 가서 막 나가자고도 했다던데. 서윤이도 이제 ‘집 밖’의 즐거움을 알게 됐나 보다. 전혀 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서윤이를 안아서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더 놀겠다며 몸부림을 쳤다. 말도 못 하는 애인데 어떻게 다 아나 싶지만, 알게 된다. 모르는 건 밥 먹다 갑자기 우는 이유. 그것만 모르겠다.
서윤이는 오늘도 시한폭탄처럼, 그랬다. 식사 시간에도 어제랑 비슷했다. 뭐가 그렇게 슬픈 일이 생겼는지 잘 먹다 말고 갑자기 정말 너무 갑자기 뒤집어엎었다. 자기 밥그릇도, 감정도, 엄마와 아빠의 평온한 저녁 식사도. 아, 아니다. 생각해 보니 저녁 먹기 전부터 이미 기분이 안 좋아서 아내가 안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밥 먹는 동안 괜찮아진 거였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1초 만에 갑자기 그러니. 그러다 또 좀 안아주고 달래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고.
저녁에 목장 모임이 있어서 애들 잘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맡겼다. 작은방에서 목장 모임을 하는 동안 거실에서 부지런히 아이들 재울 준비를 하는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어떤 단어나 그런 게 들린 건 아니다.
“아으”
“읏짜”
“하유우”
이런 의성어가 많이 들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작은방에 와서 해맑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자러 들어갔다. 서윤이도 언니와 오빠를 따라 뒤뚱뒤뚱 걸어왔다. 마지막 인사인 걸 아는지 흔쾌히 뽀뽀도 받아줬다.
아내도 저녁에 성경 공부가 있었다. 내 목장 모임이 끝날 때쯤 아내의 모임이 시작됐다. 아내는 애들 재우고 나오느라 조금 늦었다. 아내가 성경 공부를 하는 동안 샤워를 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아내가 거실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아, 깜짝이야”
“여보. 나 너무 힘들었어”
“뭐가? 성경 공부?”
“어. 거의 잠들 뻔했어”
“피곤하지”
“내용은 너무 좋은데, 진짜 너무 피곤하다”
언젠가 하루는, 애들 재우고 나와서 샤워하고 거실에 대자로 뻗어서 그냥 내내 쿨쿨 잘 거다. 아무것도 안 하고. 뭔가 나(우리)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피곤함이 이끄는 대로 널브러져 자 볼 거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