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천둥번개가 친다

21.05.12(수)

by 어깨아빠

아내랑 가끔 통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서윤이가 천둥번개처럼 울고 있었다. 사실 아내가 굳이 전화를 한 것도 하도 우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아빠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 전환이 있지 않을까 싶은 이유였다. 물론 서윤이에게 아빠는 아직 그 정도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서윤이의 울음을 0.1%도 잠재우지 못했다.


낮잠 재울 때 특히 심하게 울었다고 했다. 잘 때 손가락을 못 빠는 게 제일 괴롭나 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서윤이의 울음소리에 나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인데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아내는 얼마나 괴로울까 싶었다. 결국 재울 때도 아기띠를 해서 결국 재웠다고 했다. 재울 때 가장 심하다는 거지 재울 때만 운다는 게 아니다.


아내는 오늘도 놀이터에 나갔다. 소윤이랑 시윤이가 어제 제대로 못 놀았다면서 아쉬워했다고 했다. ‘제대로’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는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제는 서윤이까지 합세한다. 집에 있으면 자기가 먼저 현관 쪽으로 나가서 신발을 신겨 달라고 성화다. 아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막 울고. 신발 신겨 주면 이번에는 나가자고 그러고.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면 엄청 잘 논다. 언니와 오빠보다 더 열심히. 높은 계단도 개의치 않고 손과 발을 이용해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놀이터에서 노는 건 다 좋은데 귀가가 늦어진다. 나갈 때야 ‘오늘은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지만, 막상 나가면 그게 어렵다. ‘이제 들어가자’라고 말하면 공식처럼 되돌아오는 ‘엄마, 조금만 더요’를 매몰차게 차단하면 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아내는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 있었다.


아내는 저녁 차릴 힘이 남아 있지 않다며, 김밥을 사 왔다. 난 먼저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기다렸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볼이 벌겋게 달아 오른 채 집에 돌아왔다. 서윤이는 날 반기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아빠. 우리랑 같이 저녁 먹고 나가여?”

“아니, 아빠 나가야 돼”


밥도 먹여야 하고, 씻기기도 해야 하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책도 읽어줘야 하고. 할 게 참 많이 남았는데, 난 나왔다.


“여보. 미안. 갔다 올게”


돌아왔을 때는 평화가 임한 상태였다. 아내는 홀로 거실에 앉아 거칠었던 하루를 반추하며 나름 평안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싱크대에 설거지가 그대로였다. 아내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샤워하고 나와서 설거지를 했다.


“여보. 그냥 놔 둬”

“아니야. 괜찮아. 놀고 왔으니 알아서 기어야지”


나의 설거지 덕분이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한참 후에 아내는 뜬금없이


“여보. 여보는 참 좋은 남편인 거 같아”


라며 운을 뗐다.


“왜?”


“아니. 아까 뭐 찾아볼 게 있어서 옛날 카톡을 찾아보는데 시윤이 때문에 한창 힘들 때 내가 맨날 여보한테 카톡을 엄청 보냈더라고. 그때마다 여보가 엄청 성실하게 답장하고 나름대로 나를 공감해 주려고 노력했더라. 일하다 그런 카톡 받으면 여보도 답답했을 텐데”


오늘의 육아 명언을 남겨 본다.


잘 보낸 카톡 하나 삼 년이 편하다.

알아서 하는 설거지 한 번, 인사 평가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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