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3(목)
아내와 아이들은 처가에 다녀왔다. 아내가 어제 자기 전에, 내일은 장모님한테 다녀온다고 했다.
“좀 쉬고 싶어서?”
“꼭 그런 건 아니고, 엄마가 한 번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하셨거든”
이번 주 들어 부쩍 고된 육아에서 잠시 해방되고 싶어서 그러나 싶었다. 그만큼 아내의 이번 주는 고단했고, 특히 어제는 끝없이 몰아치는 천둥번개에 많이 지친 듯했다. 이제 친정에 가도 옛날만큼 쉬는 느낌이 안 나긴 하지만, 그래도 친정은 친정이니 조금이라도 쉼을 얻고 오길 바랐다.
저녁에는 또 모임이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집 근처 지인의 집으로 가야 했다. 원래는 아내도 집으로, 나도 집으로 돌아와서 한 차로 합친 뒤 다시 출발하려고 했다. 집으로 오고 있는데 아내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얼마 전부터 아내와 아이들이 타는 차가 이상했다. 진동이 너무 심했다. 수리를 맡겨야지 생각만 하면서 못 맡겼는데, 아내가 오늘 맡기자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정비소에서 만났다. 아내와 아이들이 타고 온 차는 정비소에 맡겼다. 절차가 복잡했다. 나의 출퇴근 차에 예비용으로 싣고 다니던 소윤이와 시윤이의 카시트를 아내와 아이들이 타는 차에 옮겼다. 그 차에 있던 서윤이 카시트는 내 차로 옮기고. 5인승 승용차에 다섯 명을 꽉 채워 탔다.
“소윤아. 이렇게 타니까 서로 얘기하는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좋네”
“맞아여”
아내는 나의 출퇴근 차를 오랜만에 타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차를 타고 다녔냐며 이 차도 얼른 수리를 맡기자고 했다. 시골의 어딘가에 방치되었던 오래된 자전거에서 날 거 같은 삐그덕 소리가 무지 심하게 나긴 한다.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지인의 집으로 갔다. 거기서 저녁도 먹고 회의도 하고 그랬다. 아내는 가기 전부터 서윤이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윤이가 또 무작정 울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했다. 싸움 잘 하는 친구랑 시비가 붙었을 때
“야. 너 이번 시간 끝나고 보자”
라는 통보를 듣고 나면 50분 내내 떨리고 긴장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서윤이한테 쫄았다.
다행히 밥은 무사히 먹었다. 장모님이 싸 주신 반찬이 있었는데, 그걸 아주 잘 먹었다. 그게 질릴 때쯤 백김치를 줘 봤더니 아주 잘 먹었다. 그렇게 변주를 통해 지속 시간을 늘렸다. 그 뒤로 수박으로도 시간을 좀 더 벌고 그랬지만 결국 어른들이 먹는 빵을 자기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분이 틀어졌다. 뭐 그 후로는 어떻게 해도 잘 달래지지가 않았다. 아내가 수유를 하고 왔는데도 비슷했다. 평소에 비하면 잘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졸려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우는 건 뭐 그렇다 쳐도 나한테 아예 안 오는 게 문제였다. 한 번씩 시도해 봐도 어찌나 울면서 엄마한테 가겠다고 난리인지. 차마 강제로 안고 있을 수 없는 정도였다. 결국 아내의 어깨, 등, 허리만 축이 난다.
지난번에 모였을 때도 집에 오니 엄청 늦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와서 애들 씻기고 눕히고 하니 열한 시였다. 아이들과 함께 방에 들어간 아내도 나오지 못했다. 나는 거실에 남아 있기는 했지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은 고단함 덕분에, 아무것도 못 했다.
엄청 바쁘긴 했는데 막상 애들이랑 보낸 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런 날은 또 이런 날대로 뭔가 아쉽다. 사실 서윤이가 제일 그립다(?). 물론 아내는 이해하지 못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내 고유의 감정이다. 10분도 떨어지지 않고 아이들과 붙어 지내는 아내와 고작해야 2시간 정도 애들이랑 보내는 내가,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도 어찌 보면 기적이다.
아무튼 자러 들어가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서윤이는 엄청 조심스럽게, 발이나 손을 만져 보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청 조심스럽지 않게, 그냥 막 얼굴도 쓰다듬고 뽀뽀도 하고 그런다. 당연히 뒤척이며 자세를 바꾸거나 가끔은 눈을 뜨기도 한다. 상관없다. 서윤이처럼 막 울지 않으니까. 서윤이만 조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