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가족 데이트

21.05.21(금)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점점 언니, 오빠가 먹는 거랑 비슷하게 먹는다. 간을 안 하고 크기를 작게 만들기는 해도 엄연히 같은 음식을 먹는다. 오늘도 서윤이는 언니와 오빠처럼 궁중 떡볶이를 먹었다. 간장 양념은 없고, 잘게 다진 조랭이 떡으로 만든 서윤이 맞춤 떡볶이었다. 물론 아내의 수고는 두 배가 된다. 아내의 표현처럼 ‘조랭이 떡을 다지는 열정’ 내지는 수고스러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마냥 유아식만 줄 때가 아니기도 하지만 서윤이 스스로도 참지 못한다. 언니와 오빠가 뭔가 먹는 걸 보면 참지 못하고 소리친다.


“마아아아아. 마아아아아”


아내는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마침 오늘 교회에 안 가도 돼서 저녁 시간이 자유로웠다. 아내가 먹고 싶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루꼴라가 올라간 피자, 다른 하나는 수제 버거. 단순히 음식의 종류만 정한 게 아니라 식당까지 선정을 마쳤다. 피자인지 버거인지만 고르면 됐다. 아내는 나에게 골라달라고 했지만 거부하고 아내에게 맡겼다. 아내는 둘 다 같은 쇼핑몰에 있는 식당이니 일단 가서 정하자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쇼핑몰에서 만났다. 아빠를 발견한 서윤이는 유모차에 앉은 채로 온몸을 들썩거리며 웃음이 잔뜩 섞인 인사를 건넸다. 퇴근해서 반갑게 인사를 할 자녀가 세 명이나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매일 차례대로 인사를 나눌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다.


아내는 루꼴라 피자로 정했다고 했다. 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 동안 아내는 먼저 가서 주문을 하겠다고 했다. 일을 다 보고 나오는데 아내도 식당에서 나와 우리에게 오고 있었다.


“여보. 왜?”

“없어졌어”

“아, 진짜? 그렇구나”

“왠지 그럴 거 같긴 했어”


아내 말로는 굉장히 맛있었다고 했다(나도 먹은 적이 있기는 한데 맛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무리 맛있어도 픽픽 쓰러지고 하루아침에 문 닫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그래도 아내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었다. 우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수제 버거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아내와 나는 수제 버거,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내가 사 온 주먹밥, 서윤이는 아내가 싸 온 서윤이 전용 식사를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순식간에 주먹밥 한 개씩을 다 먹었다. 서윤이도 얌전히 앉아서 자기 밥을 잘 받아먹고 있었다. 밥을 다 먹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감자튀김도 먹으라고 줬다. 아내와 내가 먹을 때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던 서윤이가, 언니와 오빠가 먹는 걸 보더니 격렬하게 반응했다. 자기도 먹겠다면서 ‘얼른 나도 하나 줘 봐’라는 식으로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자튀김 같은(?) 음식은 아직 주지 않는다. ‘그건 니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걸 알려줄 때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사실을 알려주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마음을 품고 서윤이를 대하면 성은이 망극하게도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굽어 살피사 남은 식사 시간 동안 꼬장 아니 훼방을 놓지 않고 잘 앉아 있어 준다.


“소윤아, 시윤아. 밥 다 먹고 우리 차 구경하러 갈까? 아까 아빠가 봤더니 새로운 차가 들어왔던데?”

“좋아여. 그러자여”


한 층 아래에 있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에 가자는 말이었다. 진짜 차 구경이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먹고 바로 집에 가면 아쉬울 아이들을 생각해서 먼저 얘기를 꺼낸 거였다. 사실 별거 없다. 그냥 가서 차 타 보고 구경하고. 바로 옆에는 오락실이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봤을 텐데 의외로 별말이 없었다. 가자고 해도 안 된다고 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소윤아, 시윤아. 우리 오락하러 갈까?”

“아빠. 오락이 뭐에여어?”

“게임. 돈 넣고 게임 하는 거”

“좋아여. 가자여”


각자 원하는 게임 두 개를 고르라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첫 번째 기회를 물총 게임에 썼다. 화면 속에서 다가오는 좀비를 진짜 물이 나가는 물총으로 쏴서 맞추는, 나름 재밌는 게임이었다. 이제 남은 기회는 한 번. 시윤이는 자동차 게임을 골랐다. 아직 키가 작아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하고, 핸들 조작도 아직은 어려웠다. 내 무릎에 시윤이를 앉혀서 게임을 했다. 시윤이가 아니라 내가 게임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시윤이도 만족했다. 다음은 소윤이. 이런 사소한 결정에도 언제나 고민이 깊어지는 소윤이는 한참 고민하다가 농구 게임을 골랐다.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농구공 던져서 골대에 넣는 바로 그 게임. 아이들 키에 맞춰 작게 만든 기계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애들이 하는 게임을 뭐 이리도 야박하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짧았다. 오락실에서 나오자마자 소윤이가 얘기했다.


“아빠”

“어?”

“게임을 잘못 골랐어여”

“왜?”

“너무 짧았어여”

“그치? 너무 짧긴 하더라”


지하에 있는 마트에 들러 구경을 하는 것으로 오늘의 가족 데이트를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샀다. 그 사이 서윤이가 잠들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엄마. 오늘도 우리끼리 들어가서 자여?”

“어, 그래야겠네”


사실 아내가 ‘글쎄’ 정도만 대답했어도 오늘은 같이 들어가서 자 주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 보려고 했다. 당사자인 아내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그걸로 상황 종료였다. 애들이 누운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윤이가 깨서 막 울었다. 아이들은 내심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서윤이는 조금 울다가 이내 조용해졌고, 알아서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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