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8(금)
아내랑 어제 자기 전부터 오늘 밤의 야식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여러 설레는 후보군을 주고받았고 사실상 결정을 내렸다. ‘그래, 내일 이거야’라는 선언만 없었을 뿐.
퇴근하고 교회에 좀 일찍 가야 해서 아내에게 미리 이 사실을 알렸다. 일찍 알린다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퇴근 직전의, 가장 쓰고 쌉싸름한 육아의 시간이 수월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빠를수록 좋으니까.
퇴근하기 전에 아내가 마지막으로 확답을 얻기 위한 전화를 했다.
“여보. 어제 말했던 거 어떻게 할 거야?”
“아, 그래. 진행시켜”
“알았어. 그럼 애들이랑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거짓말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퇴근 전부터 설레고 기대가 됐다. 애들 다 재우고 야식 먹으면서 아내랑 수다 떠는 금요일 밤의 즐거움. 축구와 함께 내 삶의 큰 낙이다. 저녁은 대충 차에서 빵과 우유로 때웠다. 아내와 함께할 금요일 밤의 야식을 생각하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아내랑 먹기로 한 야식은 파전과 골뱅이무침이었다. 파전은 사기로 했고, 골뱅이무침은 아내가 만든다고 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파전을 사려고 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다 문 닫았대”
“아, 진짜? 그렇구나”
“왜 이렇게 일찍 닫아 다들? 금요일 아니야?”
“10시까지밖에 못 하잖아”
“아, 그렇구나. 맞네. 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럼 어쩌지? 그냥 골뱅이만 먹을까?”
“아, 뭔가 아쉬운데. 다른 거 없나?”
고민이 무색했다.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가게는 치킨 가게뿐이었다. 골뱅이와 치킨이 과연 조화로울 것인지 고민했다. 뭔가 썩 내키는 조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한 종류만 먹기에는 아쉬웠다.
“여보. 그럼 치킨 사 갈게”
“그래”
아내는 골뱅이무침을 완성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치킨과 골뱅이무침을 펼쳐 놓고 정신없이 먹었다. 아내와의 수다를 기다렸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한동안
“와, 진짜 맛있다”
같은 음식을 향한 찬사 말고는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고, 또 진짜 맛있었다. 아내의 골뱅이무침은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배를 좀 채우고 나니 고개가 들렸다. 그때부터 수다가 시작됐다.
수다의 주제는 역시나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었다. 특히 소윤이와 시윤이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기르고 가르쳐야 하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대화 막판에는 오랜만에(와, 진짜. 새삼. 대박. 벌써 며칠째 안 깼다니) 서윤이가 자다가 깼다. 오랜만이라고 아내도 나도 그저 반가움뿐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존재하던
“하아. 또 깼네”
의 탄식이 사라졌다.
서윤아. 엄마, 아빠가 이렇게 일희일비하는 존재들이다. 아무튼 고마워. 야식 다 먹고 깨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