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긴, 피로가 풀리지

21.06.02(수)

by 어깨아빠

아내와 아이들은, 아니 아내는 오늘은 ‘반드시’ 나간다는 각오로 하루를 시작했던 거 같다. 그러다 오후에 갑작스럽게 형님(아내 오빠)네 부부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정확히는 애들 외숙모(형님의 아내)를 먼저 만났는데 나중에 형님도 와서 같이 공원에도 갔다고 했다. 그냥 나가서 바람만 쐬어도 좋았을 외출에, 삼촌에 외숙모까지 더해졌으니 엄청 좋았을 거다.


퇴근 무렵에 아내가 전화를 했다. 형님네 부부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귀가하려던 참에 장모님과 연락이 되었고 함께 저녁을 먹게 됐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애들 본 지가 엄청 오래되긴 했다. 그나마 서윤이는 주말에 내가 소윤이, 시윤이를 데리고 나갔을 때 오셔서 보기도 했는데 소윤이, 시윤이는 꽤 오래됐다. 특히 장인어른은.


“여보. 미안”

“뭐가?”

“퇴근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어차피 나 바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미안하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 더 좋은 건가?”


어차피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있었어도 얼굴 도장만 찍고 바로 나가야 했다. 더 좋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마음의 부담은 훨씬 덜해졌달까.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쓸쓸함을 느낄 틈도 없이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한참 놀고 집에 가려고 차에 탔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여보 우린 이제 곧 출발. 여보가 먼저 도착하겠네”


놀랄 만한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으니 늦는 건 당연했지만 이렇게 늦을 줄이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놀아도 놀아도 아쉽기만 한 소윤이와 시윤이의 마음을 좀 헤아려 주다 보니.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아내가 도착하면 내려가서 짐꾼의 역할을 해야 했다.


“여보. 셋 다 자”


아내가 거의 도착했을 때 전화를 했다. 셋 다 자면 동선이 곤란하다. 한 번에 데리고 가기가 어렵다. 누군가 한 명을 데리고 와서 방에 눕혀 놓고 다시 나머지 둘을 데리고 올라와야 한다. 문제는 혹시라도 먼저 올라온 한 명이 깨기라도 하면, 물론 엄청 짧은 시간이지만 매우 무서워할 거다. 사실 셋 다 잔 경우도 몇 번 없어서(소윤이는 우리 집의 등대다) 아내와 나에게는 체계적인 동선이나 전략(?)이 없었다. 아내는 한방에 해결하자고 했다. 소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윤이는 내가 안고 아내는 서윤이를 안고.


다행히도 소윤이는 주차장에서 깼다. 깨도 비몽사몽이면 유모차에 태우려고 했는데 역시나 등대 소윤이는 금방 멀쩡해졌다. 시윤이는 유모차에, 서윤이도 유모차에, 장모님이 싸 주신 각종 김치까지 들고 힘겹게 올라왔다. 소윤이가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으면 과연 이게 한 번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싶었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그대로 눕혔다. 혼자 살아남은 소윤이는


“꼭 새벽에 저 혼자 깬 거 같아여”


라면서 엄마, 아빠와의 은밀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했다. 11시가 다 된 시간에. 당연히 바로 방으로 들여보냈다.


“오늘은 애들 괜찮았어?”

“어, 그냥 뭐. 괜찮은 편이었지”


오늘은 애들 소식을 많이 전해 듣지 못해서 정말 괜찮았던 건지 그냥 말만 그랬던 건지 파악이 안 됐다. 그래도 친정에 다녀왔으니 집에서 혼자 셋을 볼 때보다는 훨씬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 거다. 아제에 비하면 아내도 훨씬 덜 피곤해 보였다. 아니, 피곤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제처럼 막판(?)까지 간 느낌은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실컷 뛰고 놀고 왔더니 피로가 싹 풀린 듯했다.


날씨도 바쁨도 아닌, 놀고 싶은 욕구가 충족이 안 돼서 피곤한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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