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02(주일)
소윤이가 오래간만에 엄마, 아빠랑 함께 어른 예배를 드릴 거라며 새싹꿈나무 예배에 안 가겠다고 했다.
“엄마. 나 진짜 안 간다여. 진짜로여? 네?”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아무리 떼를 쓰고 울어도 새싹꿈나무 예배에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일단 닥치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소윤이도 더 심하게 떼를 쓰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교회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아내와 소윤이를 먼저 내려주고 나랑 시윤이는 근처 초등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왔다. 소윤이랑 아내가 로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왜 안 올라갔어?”
“안 간대”
새싹꿈나무 예배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소윤이를 데리고 교회 식당으로 갔다. 쉽게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소윤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꽤 오랫동안 설명을 했다. 오늘은 설득이 아닌 설명이었다. 차분하게 소윤이의 마음도 읽어주고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이게 어떤 의미인지도 말해주고. 다행인 건 소윤이도 내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다만 마음이 따르지 않을 뿐. 어른이라도 해야 하는 일이 늘 하고 싶은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긴 대화 끝에 새싹꿈나무에 가겠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물론 소윤이는 나와 헤어지고 선생님께 넘겨지는 순간 울긴 했다.
그러고 나서 본당에 내려왔더니 이미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된 뒤였다. 한 30분을 소윤이랑 얘기했나 보다. 시윤이는 아내 옆에 앉아서 나름 예배를 잘 드리고 있었는데 시윤이에게는 딱 그 정도가 한계 시간인가 보다. 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가겠다고 몸을 뒤틀었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안 된다고 했더니 특유의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표정으로 울기를 시전 했다. 잽싸게 안고 밖으로 나갔는데 계속 그대로 서 있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모실로 데리고 갔다. 아이와 부모들이 가득했다. 시윤이는 지난번에도 재밌게 가지고 놀았던 비지쥬(아내가 확실히 알려줬다)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자기 시야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앉아서 한참을 놀았다. 지겨워졌는지 나한테 와서 안기더니 옆에 있던 형이 가지고 놀던 미니카를 갈취하려고 했다.
“시윤아. 그건 형아 꺼야”
“으?”
“어. 형아 꺼”
“으으”
마음씨 좋은 형아는 시윤이를 위해 미니카 한 대를 기꺼이 빌려줬다. 그 조그마한 미니카 손에 쥐고 예배 끝날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앞으로 한동안은 시윤이가 잠들지 않는 이상 아내나 나 둘 중 한 명은 자모실로 오는 게 차라리 나을 거 같다. 예배가 끝난 뒤 아내에게 시윤이를 넘기고 소윤이를 데리러 갔다. 소윤이는 날 발견하더니 환한 웃음과 함께 요구르트를 쪽쪽 빨며 나왔다.
“소윤아. 괜찮았어?”
“네”
“많이 안 울었어?”
“쪼오끔 울었지여”
“찬양이랑 율동도 했어”
“아니. 안 했어”
“그랬구나. 그럼 소윤이 반 친구들이랑 하는 건?”
“어. 어. 오늘도 콩난불 먹었어”
소윤아 홈런볼이라니까.
교회 식당에서 밥 먹이는데 시윤이가 영 비협조적이었다. 잘 안 먹고 자꾸 내려가려고만 하고. 내가 시윤이를 맡았다. 아침부터 소윤이랑은 대화하느라 시윤이랑은 몸으로 상대해주느라 정신이 없구먼. 그래도 열심히 했다. 여기까지가 전반전이라고 하면 곧 다가올 후반전에는 이 두 녀석을 아내 혼자 맡아야 하니까.
집사님 한 분이 소윤이랑 같은 나이인 애랑 소윤이를 데리고 교회 앞 슈퍼에 가셨다. 소윤이는 조그마한 젤리 한 봉지랑 낱개로 된 마이쭈 3개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소윤아. 집사님한테 감사하다고 했어?”
“집사님.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마이쭈는 각각 다른 맛으로 골라왔다. 강소윤답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려다가 시윤이가 바로 잠든 바람에 방향을 바꿔 다시 교회로 갔다. 목장모임과 축구가 있는 난 내리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떠나고. 아내는 나와 헤어지고 나서 다시 카페에 갔다. 시윤이가 자고 있으니 소윤이랑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생각만큼 아름다운 시간은 아니었다고 했다. 소윤이가 졸리기도 하고 계속 군것질거리 사 달라는 걸 안 된다고 했더니 뾰로통하고. 그랬더니 옆 자리에 있는 언니한테 기웃거려서 치토스 얻어내고. 아무튼 그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아내는 롯데몰에 갔다.
“여보. 괜찮아? 안 힘들어?”
“힘들지. 그래도 괜찮아”
내가 또 잘못된 질문을 했구먼. 힘들지 않은 순간은 없다. 감당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신나게 축구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왔더니 애들은 밥을 먹고 있었다. 아내는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마음은 멀쩡해 보였다. 밥 잘 먹던 시윤이가 자꾸 들썩이면서 안 먹겠다고 울길래 왜 그러나 싶어서 그냥 내려놨더니 쿰쿰한 냄새가 났다.
“여보. 시윤이 똥 쌌나?”
“그래?”
아내가 시윤이 바지의 허리춤 뒤 쪽을 들추는 순간, 시윤이의 그것은 평소 분포되는 범위를 넘어 기저귀 허리선까지 올라와 있었고 평소에 하던 것처럼 시윤이의 엉덩이를 보려던 아내의 손가락에는 시윤이의 배설물이 묻고 말았다. 애들 키우며 아무리 많이 마주쳐도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게 똥이랑 울음이다. 축구하는 동안 애들과 씨름했을 아내를 생각하면 당연히 내가 시윤이를 데리고 가서 씻겨야 했지만 너무 질펀하게 퍼져 있는 걸 보고 말았다.
"여보. 내가 씻길까?"
"아니야. 내가 씻길 게"
"그래. 묻은 김에 여보가"
냄새 또한 강력했다. 시윤이가 거쳐간 모든 곳에, 시윤이가 입고 있던 옷에 그의 향기가 진하게 남았다.
아내가 자기는 소윤이, 시윤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재울 테니 나한테는 씻으라고 했다. 난 가영이랑 결혼한 게 아니었구나 천사랑 결혼한 거였구나.
시윤이가 버틴 덕분에 아내는 한 시간 정도를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일종의 연장전인 건가.
저녁때 애들 구워주고 남은 생연어를 썰어서 양파를 곁들여 같이 먹고 냉장고에 있던 소시지랑 어묵도 데워 먹었다. 그리고는 밤늦게까지 수다.
여보, 오늘도 고생했어. 난 축구도 좋지만 여보랑 노는 게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