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놀아도 내일 또 토요일

21.06.04(금)

by 어깨아빠

퇴근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갑자기 근처에 사는 처치홈스쿨 교감 선생님 집에 갔다고 했다. 거기서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될 거 같다고 했다. 아마 회사 쪽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면 굳이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교회로 갔을 텐데, 그때는 이미 거의 집에 다 온 상황이었다. 잠깐 들러서 애들 얼굴만 보고 가기로 했다.


다들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가 와서 반갑긴 한데 노는 걸 잠시라도 멈출 수는 없어서 엄청 짧고 굵은 인사를 건네고 자기들이 하던 놀이에 집중했다. 서윤이는 각종 간식(과자, 떡)에 꽂혀서 계속 그거 달라고 성화였다. 한 1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서윤아. 아빠 갈게. 빠이빠이”


꼭 아빠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며 막으려는 듯 나를 따라오길래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서윤이가 막으려던 건 내가 아니었다. 저녁을 못 먹었으니 허기라도 달래라고 아내가 쥐여준 자그마한 떡. 그게 서윤이의 목표였다. 오해하고 서윤이에게 두 팔을 벌리며


“서윤아. 아빠. 뽀뽀”


라고 얘기했지만 서윤이는 내 손에 있는 떡을 보며 달라고 짜증을 냈다. 그래. 우리가 아직 떡을 뛰어넘을 정도로 애틋하지는 않은가 보다. 그런가 보다. 서윤이에게 내 손에 있던 떡을 주고 다른 떡을 하나 챙겨서 나왔다.


예배를 드리고 나오니 아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가 떴다.


“파전 사 놨음”


어제 의논만 하고 최후 결정은 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아내는 알아서 파전을 준비해 놨다. 이런 천생연분 같으니라고.


오늘 금요야식회의 주된 이야깃거리도 애들이었다. 특히 시윤이. 오늘 낮에도(사실 거의 매일인 듯하다. 아내가 나에게 말하는 날이 있고 아닌 날이 있을 뿐) 시윤이와 힘겨운 시간을 보낸 아내의 토로가 있었다.


시윤이는 당장 눈앞에서의 사랑 표현과 감정 교환이 충족되어야 하는 아이고 소윤이는 한참 뒤에라도 그 마음을 알아 주기만 하면 어느 정도 충족이 되는 아이고. 이게 내 나름의 분석(?)이었고 아내도 대체로 동의했다. 물론 소윤이도 바로바로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사랑을 쌓으면 너무 좋아하겠지만 애 셋을 보다 보면 그러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소윤이는 하루 이틀이 지나서라도 ‘그때’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전하면 거의 동일하게 치환이 되는 느낌이라면, 시윤이는 한 3분의 1 정도 먹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미묘한 듯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아내와 금요일 밤을 불태웠다. 거의 3시까지. 내가 이래서 금요일을 좋아한다. 아내랑 이렇게 재밌게 놀아도 내일 또 토요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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