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0(목)
잘 지내고 있냐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
“넹. 근데 무기력하네. 아무것도 하기가 싫구만”
유독 아이들이 나서서 힘들게 하는 날이 있고, 아이들은 괜찮은데 내 의욕이나 체력이 안 받쳐 줄 때도 있다. 물론 이날은 이렇고 저 날은 저렇고 이런 건 아니다. 항상 혼재되어 나타나지만 특히 그런 날이 있다는 거다. 아내는 잠시 친정의 힘을 빌리러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정은 아니었고 오빠네 집이었다. 거기로 장모님이 오셨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를 거기서 보내고 저녁 먹기 전에 돌아왔다.
오늘도 세 녀석의 격렬한 환영을 받으며 퇴근했다. 서윤이는 이제 ‘장난’이라는 개념도 좀 생겼다. 퇴근해서 인사하면 엄청 반갑게 웃어주며 다가오다가도 내가 안아주려고 하면 휙 돌아서서 도망간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웃으면서. 서윤이의 무엇 중에 자라지 않는 건 머리카락뿐이다.
짧고 굵은 아이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왔다. 세 시간을 신나게 놀고 들어오면 아내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여보. 괜찮았어? 애들은? 기분 좋게 잤어?”
안 괜찮으면 어쩔 것이며 기분 안 좋게 잤으면 어쩔 것인가. 이런 관점으로 보면 크게 의미 없는 질문이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궁금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뭐 항상 그렇다.
어제와는 다르게 육아에 1%도 기여를 하지 않은 듯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