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1(금)
이번 주 들어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졌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됐다. 소윤이나 시윤이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들은, 땀이 줄줄 흐르는 그런 날씨였다. 집에 자그마한 에어컨도 있고 여전히 가동은 잘 되지만, 덥다고 하루 종일 틀어 놓기에는 뭔가 부담스럽다. 덥다 덥다 해도 아직은 선풍기로 버틸 수 있는 날씨기도 하고. 문제는 선풍기를 미처 꺼내지 못했다는 거다. 이번 주 초에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내랑 ‘꺼내야지, 꺼내야지’ 말만 하고 정작 꺼내지 못했다.
아내가 깨끗하게 닦은 선풍기 사진을 보냈다. 아내는 그 비좁은 베란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선풍기를 꺼내서 닦았다.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었다. 막상 꺼내서 닦으려고 했더니 드라이버가 내 차에 있어서 분해가 불가능했다. 아내는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동 드릴에 꽂는 십자 비트를 가지고 풀었다고 했다. 아내는 참 부지런하다. 반대로 나는 이런 일에 참 게으른 편이다. 뭔가 아내의 수고가 임하기 전에 알아서 딱딱 해 놓지 않는 편이다. 나를 채근하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저녁에는 교회에 가는 날이었다. 아내는 자기도 한 번 가 볼까 싶다고, 어제 얘기했다. 물론 아내가 말하는 ‘나도’에는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도 당연히 포함된다. 서윤이 낳기 전에 배가 많이 부르지 않았을 때는 자주 같이 갔다. 그때도 힘들 때가 많았다. 소윤이도 시윤이도 지금보다 훨씬 어렸다. 특히 시윤이는 아내나 나에게 안기거나 유모차도 탈 때였다. 그만큼, 늦은 시간에 몰려오는 졸음의 후폭풍도 심했다. 이제 소윤이와 시윤이가 많이 컸으니 그때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다. 대신 더 큰 변수가 등장했다. 서윤이.
아내는 어제만 해도 굉장한 결기로 얘기했다.
“오늘 예배는?”
오후쯤 오늘 예배에 같이 갈 건지 물어봤다.
“아, 그러게. 막상 당일 되니 갈 각오가 안 생기네”
“오늘은 패스?”
“응 오늘은 패스”
나랑 같이 가기는 해도 연습하는 시간부터 찬양이 끝나는 시간까지. 1시간 30분 정도를 아내 혼자 애 셋과 함께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힘든데 교회 예배당에서.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긴 하다. 역시 사람은 밤 감성과 밤 용기에 젖어 섣부른 결정을 내리면 큰일 난다. 오늘 함께 가지 않기로 한 건 잘했다고 본다.
소윤이랑 시윤이가 좀 더 어리고 서윤이가 없을 때는 ‘집에서 혼자 둘을 재우는 일’이나 ‘교회에 가서 고생하는 일’이나 비슷하게 피곤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고생하느니 교회에 가서 예배라도 드리자는 심정으로 함께 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아직 통제가 불가능한 서윤이와 함께 할 때는, 집보다 나은 곳은 없다.
교회에 다녀와서 또 아내와 수다를 떨었다. 신나게 얘기하던 아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급격히 피곤해 했다. 내가 앞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갑자기 눈을 감고 졸았다.
“아우. 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왜 피곤하긴. 당연히 피곤하지”
“이번 주에 좀 힘들긴 했나 봐”
“그러네. 이번 주에 어딜 많이 다녔네”
“그러니까. 아, 정신을 못 차리겠네”
아내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나와의 대화를 이어 나가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내를 먼저 방으로 들여보내고 난 조금 더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자려고 했는데, 나도 얼마 가지 않아 몇 번씩 정신을 잃었다.
지나가는 불금이 아쉬워 어떻게든 잡아 보려고 했는데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