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8(월)
아내가 뜬금없이 카톡을 보냈다.
“여보. 7월 14일에 축구?”
보통 수요일에 축구를 하는데 그 주도 수요일이냐고 묻는 거였다. 일정을 확인해 봤더니 맞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아내는 친구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를 캡처해서 보냈다. 아내의 친구가 그날 보자고 했는데 그날은 아내와 내가 처음 사귀기로 한 날(이를테면 임시정부 수립일 같은 거라고나 할까) 이었다. 결혼을 한 이상 가장 중요한 기념일은 아니게 됐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내는 친구에게 다음날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저 카톡을 보냈고 난 ‘7월 14일’은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수요일’에만 집중해서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범했다.
“아, 축구하냐고 물어봐서 아예 생각을 못 했지”
“그래. 이제 10년 넘었으니 뭐”
“내가 이래서 일기를 쓰는 거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다 챙겼다는 걸 남기기 위해서”
완전히 덫에 걸린 느낌이다.
저녁에는 진짜 오랜만에 혼자 카페에 갔다. 중요하게 준비할 일이 있어서 독립된 집중의 시간이 좀 필요했다. 아내는 시간 절약을 위해, 퇴근하고 집에 들르지 말고 바로 카페에 가라고 했다. 저녁은 샌드위치 같은 걸로 해결하고.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냥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나왔다. 무엇보다 애들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기도 했고, 또 아내가 해 주는 밥이 먹고 싶기도 했다. 진짜 딱 저녁만 먹고 바로 나왔다. 아내 말대로 바로 카페에 갔으면 한 시간은 더 벌었을 테지만, 시간의 효율이 언제나 최우선의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까.
정말 오랜만에 밤에 혼자 나왔다. 아마 축구를 하면서부터 ‘혼자 카페에 가고 싶은 욕구’가 좀 사라진 것 같다. 또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챙겨야 하는 부양 자녀가 많아지기도 했고. 아무리 내공과 능숙함이 쌓였다고 해도 매일 쳐내야 하는 반복의 과정은 언제나 만만하지 않다.
오늘은 어떤 욕구 때문에 간 것도 아니었고, 정말 필요에 의해 간 거라 큰 감흥은 없었다. 영업시간제한 때문에 오래 있을 수도 없었고. 나오기 전에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응! 잘 되고 있음?”
“커피 사다 줄까?”
아내는 사진 한 장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
“맛있는 커피 배달 시켜 먹음”
(인 줄 알았는데 ‘맛없는’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내는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면서 그걸 포장해 달라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새싹꿈나무 예배에서 말씀 암송 선물로 받은 거라고 했다. 세 가지 맛을 골라야 했다. 일단 소윤이와 시윤이가 모두 좋아할 것 같은 쿠키앤크림, 왠지 재밌어 할 거 같은 슈팅스타,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봉봉을 골랐다.
자기 전에 아내랑 양쪽 어미님들 환갑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숙소를 찾아보다가 마음이 들뜨고 말았다. 부모님들과의 여행은 어느새 뒷전이 되었고, 아내는 제주도까지 가서 우리 취향의 숙소 여러 곳을 찾고 보여줬다.
“아, 여보. 제주도 진짜 가고 싶다”
“와, 그렇게. 좋다. 여기는 애들이랑 가면 진짜 좋겠다”
아내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제주도 여행 때 묵고 싶은 숙소를 여러 곳 저장해 놨다. 휴가와 돈은 한정적인데 가야 할 곳, 가고 싶은 곳은 넘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