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1(수)
이걸 아내의 의지라고 해야 할지 노력이라고 해야 할지 헌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는 오늘도 아침 산책을 나섰다. 3일 연속이다. 아침이라고 시원한 게 아니고 한낮보다 조금 덜 더울 뿐, 이미 30도였다. 사진에서도 더위가 느껴졌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씩 머리에 붙어 있는 걸 보면 땀이 삐질삐질 아니 줄줄 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윤이만 상팔자다. 고모(내 동생)가 선물한 쿨시트(보조배터리를 연결하면 바람이 나온다) 덕분에 등에 땀도 안 차고 유모차에 앉아 아침 풍경을 감상하는 서윤이가 제일 호사를 누린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었다고 했다. 여러 종류의 불편함을 유독 참지 못하는 시윤이는, 밥 먹을 때마다 덥다는 이야기를 참 자주 한다. 그냥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워서 못 견디겠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라는 식일 때가 많다. 나도 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이 정도도 얼마나 감사한 건지’ 모르는 게 좀 아쉬울 때가 많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트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는 걸 좀 가르쳐야 하는데, 일단 내가 너무 더위를 많이 타서 선풍기와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기가 어렵다.
아침에는 집에 있는 각종 자투리 야채로 만든 야채전, 점심에는 버섯과 고기를 넣은 정체 모를 파스타(아내의 표현)을 먹었다며 아내가 사진을 보냈다. 비록 근본은 없는 음식이었지만 애들이 맛있게 먹었고, 아내가 정성을 다해 만들었으니 충분했다. 하루 세 끼를 먹여야 하는 아내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였다.
“비록 이틀이어도 노력하는 여보의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
아내는 요즘 매일 아이들에게 사랑의 그릇이 얼마나 찼는지 물어본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했다. 엄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소윤이는 자정 무렵에 깨서 나왔다.
“소윤아. 왜 깼어?”
“네?”
“아, 하긴. 소윤이도 왜 깼는지 알 수가 없지”
아내는 질문을 하고 바로 다시 거둬들였다. 소윤이도 고생이 많다. 엄마가 채워주는 사랑의 그릇은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했지만, 자기 하루 전체를 놓고 보면 그보다 좀 못 미치는 점수라고 했다(훨씬 못 미치는 점수라고 했는지 헷갈린다). 이유는 두 동생이 말을 안 들을 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보기에도 소윤이는 누나와 언니의 역할을 점점 더 많이 감당하고 있다. 아주 늦은 시간이었지만 동생들의 방해 없이 소윤이 혼자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바로 들여보내지 않고 좀 안아주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마 소윤이는 들어가서 바로 잠들지 못했던 거 같다. 서윤이가 깨서 우는소리에 소윤이가 먼저 문을 열고 방안의 상황을 알렸다. 시윤이도 동생 우는소리에 잠이 깼다. 결국 다 깼다. 새벽 1시에.
“그래. 다 나와라”
아내와 내가 간단히 씻는 동안 아이들은 거실에 앉아서 기다렸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먼저 소파에 앉았는데 그걸 보더니 서윤이도 소파에 올라가서 언니와 오빠 사이에 앉았다. 이런 게 진짜 신기하다. 자기도 따라 올라가는 것도 신기하고 굳이 가운데 앉는 것도 신기하고.
애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 아내와 나도 매트리스에 누웠다. 다들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랑 나만 깨어 있었다.
“소윤아. 왜 아직 안 자”
“잠이 안 와여”
“소윤아. 엄마, 아빠 사이로 올래?”
“네”
“그래. 얼른 와”
소윤이랑 손을 잡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