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7(화)
매일 일기에 쓰지는 않지만 소윤이는 여전히 편지를 자주 아니 거의 매일 쓴다. 엄마한테는 1일 1편지다. 내용은 온통 사랑이다. 장난감은 버려도 버려도 안 아깝지만 편지는 한 장 한 장이 참 소중하다. 언젠가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아이들 편지 모아놓는 아주 큰 통을 꼭 살 거다.
아내는 오늘도 엄청 바빴다. 때마다 애들 밥 차려주고 온라인으로 모임하고 애들 공부도 봐 주고 서윤이도 재우고 사정 봐 주지 않는 서윤이 챙기고 훈육도 하고. 요즘은 애들 공부하는 시간도 꽤 규칙적으로 지키고 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어제부터 아니 그것보다 훨씬 전부터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어제 소윤이랑 단호박 계란찜을 만들어서 먹을 때, 치즈가 주욱 늘어나는 걸 보고 더 이상 참기 힘든 한계에 도달했다고 했다.
“여보. 그럼 내일 저녁으로 피자 먹어”
어제 그렇게 얘기했고, 오늘 바로 실행되었다. 아내는 피자도 찾고 장도 볼 겸 잠시 나왔다고 했다. 마침 나도 동선이 맞아서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길 건너 편에서부터 나를 발견하고 좋다고 방방 뛰는 소윤이와 시윤이를 보며 ‘뭐가 좋다고 저렇게 난리일까’하는 생각을 또 했다. 이런 생각은 자주 한다. 서윤이도 날이 갈수록 반가움의 표현이 진해진다.
서윤이는 기분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신이 났다. 매장 여기저기를 뒤뚱뒤뚱 걸어 다니면서 막 크게 웃었다. 언니와 오빠를 발견하면 더 크게 웃고.
‘저거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윤이 때도, 시윤이 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피자를 가장 큰 크기로 시켰다. 아내는 내가 항상 적게 먹는다면서 오늘은 애들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크긴 진짜 컸다. 애들이 먹을 건 먹기 좋게 미리 잘라줬다. 조금 넉넉하게 잘라 놨다. 그러고 나서는 진짜 애들 신경 쓰지 않고 양껏 먹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원래 속도와 양대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피자를 먹는 나를 보더니, 소윤이가 이렇게 얘기했다.
“아이고. 아빠가 저 정도는 드셔야 했는데…”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면서.
생각해 보면 애들 때문에 덜먹은 게 아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먹는 양이 정해져 있다. 조금 늘고 줄고 할 뿐이다. 피자 크기 자체가 작았던 거다. 아내는 오늘도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와, 여보. 새삼 놀랍다. 여보 진짜 잘 먹는구나”
피자가 먹고 싶다던 아내는 두 조각 먹고 배가 부르다며 손을 놨다. 애들은 아무리 많이 먹어 봐야 아직 꼬맹이들이다. 남은 건 내가 다 먹었다. 간만에 피자답게 먹었다.
서윤이는 밥을 먹였는데 요새는 의외로 자기가 먹을 음식이 아닌 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약간 구분을 하는 느낌이다. 대신 한 번이라도 자기가 먹어봤던 음식이 보이면 그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 딴에는 성을 낸다고 내는데 하나도 안 무섭다. 전혀 짜증도 안 나고. 소윤이, 시윤이도 막내처럼 더 너그럽게 더 사랑하면서 키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얘들아, 미안 그래도 그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단다.
저녁에는 목장 모임이 있어서 아내가 모든 걸 도맡았다. 아내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맘때면 겪게 되는 체력의 고갈이었다. 그래도 아내는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아이들을 대했다. 인격적으로. 막 쏟아내지 않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