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결국에는 엄마인 이유

21.07.26(월)

by 어깨아빠

아내는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며 카톡을 보냈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갈등 상황에 관한 내용이었다. 소윤이가 선물 받은 색종이가 있었다. 소윤이의 주장은 이랬다. 시윤이가 자유롭게 써도 되지만 쓰기 전에 물어보기는 해야 한다. 시윤이의 주장은 이랬다. 우리 집에서 이런 거(?)는 마음대로 써도 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게 양보의 탈을 쓴 욕심인지, 욕심의 탈을 쓴 양보인지 잘 분간해야 한다. 그게 헷갈리니 아내도 나에게 조언을 구한 거고. 사실 나도 모른다. 아내에게 아이들끼리 읻단 얘기를 좀 나눠보라고 얘기하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이미 둘이 한참의 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시윤이의 강경한 입장에 속이 상한 소윤이는 울고 있었고.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듣지 못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이런 일은 그냥 잔잔한 물살일 뿐이다. 더 큰 파도가 즐비하다.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기를 실천한 결과, 평안하고 행복한 한 주를 보냈던 아내와 시윤이는 오늘 오랜만에 ‘스킨십 전략’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고개였다. 풍성한 스킨십은 일시적인 전략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에 영원히 존재해야 하는 고유의 영역이다. 그건 그것대로 쭉 가고, 다뤄야 할 일은 따로 다루면 된다. 그게 오늘이었다.


시윤이의 말과 행동은 마치 지난 주의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다시 격렬했지만, 아내가 달랐다고 했다. 시윤이의 말이나 행동이 다 어설퍼 보이고 허접해 보였다고 했다. 한참 낮은 수를 쓰는 하수처럼 보였다는 말이고, 아내의 마음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내가 아내에게 강조해서 조언한 게 두 가지였다.


사랑할 때는 차고 넘치도록,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더 많이.

훈육할 때는 바르지 않은 태도에 대해서는 마치 벽이 된 것처럼 단호하고 막막하게.


아내는 타고난 성품이 벽처럼 되기 어려운 사람이다. 새하얀 린넨 커튼 같은 면이 많은 사람이다. 잘못된 말과 행동을 고치기 전에는 어떠한 요구도 수용되지 않는다는 단단함이 느껴져야, 아이들은 태도를 바꾼다. 지난 주의 경험이 아내에게는 아주 큰 자산이 된 듯하다. 아내는 아주 긴 호흡으로 단호하지만 차분하게 시윤이를 대했고, 결국 시윤이는 태도를 바꾸고 잘못을 인정했다.


엄마라는 존재만 가지는 강점이 있다. 그냥 ‘엄마’라는 그 자체가 강점이다. 열 달 동안 배에 품고, 서로의 몸을 이어 생명에 필요한 것을 건네주고, 생살을 찢는 고통을 겪어가며 낳아서는, 젖까지 물려 기르고.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아빠는 못하고 엄마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아빠가 좋고 어쩌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왜 엄마인가, 그건 그들이 피와 살을 나눈 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 더 단호하고 냉정해져도 된다. 그 정도로 균열이 생길 사이가 아니다. 엄마와 자녀는.


아이들은 혼나서 상처 나는 게 아니라 사랑받지 못할 때 상처가 나는 거다.


시윤이도 나름대로 고된 시간이었을 거다. 깎이고 다듬어지는 시간은 괴로운 거다. 그래도 지금 깎이는 게 낫다. 나중에는 사랑도 없이 아프기만 한 정을 맞을지도 모른다.


시윤이는 아주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집에서 보통의 일과를 소화하는데 따로 낮잠을 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내는 시윤이가 낮잠을 안 자고 피곤하니까 더 그러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었다. 오늘도 유독 피곤해 보여서 낮잠 좀 자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서윤이 잘 때 같이 잔다고 해서 재웠다고 했다.


뜻밖의 수혜자가 생겼다. 소윤이. 마찬가지로 무척 오랜만에 엄마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아내가 점심 준비를 걱정하길래 김 하나 놓고 먹는 한이 있더라도 소윤이랑 오붓하게 보내는 데 집중해 보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소윤이와 단호박 계란찜을 같이 만들어서 먹었다며 사진을 보냈다. 퇴근하고 소윤이한테 좋았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네. 너무 좋았어여. 시윤이가 맨날 서윤이랑 같이 낮잠 잤으면 좋겠어여”


아내도 참 바쁘겠다. 세 끼 꼬박꼬박 챙겨줘야 하지, 1호부터 3호까지 골고루 사랑도 나눠줘야 하지, 잘못된 건 고쳐줘야 하지, 남편 오면 남편도 챙겨야 하지.


여보, 고생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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