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5(주일)
서윤이는 똥 예고제를 실시했다. 난 느끼지 못했는데(진짜로) 아내가 냄새가 난다며 서윤이 기저귀 속을 들여다봤다.
“쌌어?”
“어, 근데 엄청 조금. 이제 막 또 쌀 거 같은데”
일단 아내가 데리고 들어가서 닦아줬다. 아니나 다를까 서윤이는 시간이 조금 지나고 ‘진짜 똥’을 쌌다. 어쩜 그렇게 동글동글하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녀석한테서 그런 고약한 냄새가 나는 똥이 나오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서윤이는 예배드리는 동안에는 잘 있다가 예배가 끝나갈 즈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졸려 보였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서윤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아내가 싱크대에서 뭔가 하는 소리가 나길래 카톡을 보냈다.
“설거지하지 말고 애들이랑 좀 놀던지 쉬어”
“오키”
서윤이는 거의 눕히자마자 잠들었다. 정말 눕히자마자. 손가락을 빨며 꿈뻑꿈뻑 하다가 스르륵 눈을 감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큰 즐거움이다. 막 잠들었을 때는 볼을 손바닥에 대고 쓰다듬어도 반응이 없어서 좋다. 나도 잠깐 누워 있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안에서 누리는 독립감과 아늑함이 참 좋았다. 그 아늑함을 즐기다 잠이라도 들면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조금만 누워 있다가 바로 나왔다.
아내랑 아이들은 놀고 있었다. 난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에 있던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서 건조기를 돌렸다. 예배드리기 전에 세탁기를 돌려놨다. 빨래를 옮기는 나를 보며 아내가 얘기했다.
“여보. 난 사실 아까 세탁기 다 됐다는 소리 들렸는데 외면했어”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집에서 들리는 소리 중에 ‘가장 안 들렸으면’ 하는 소리다. 건조기는 다 됐어도 그냥 그대로 좀 두면 되지만, 세탁기는 미루지도 못한다. 그래도 어제의 내가 건조기에 있던 빨래를 다 개어 놔서 엄청 좋았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할 일을 해 둔 어제의 나를 칭찬했다.
점심 먹고 나서는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 보기에 도전했다(니모를 찾아서도 무섭다고 못 보는 쫄보들이니까 도전이 맞다). 오늘의 영화는 ‘UP’이었다. 영화 보기 전에 팝콘도 만들었다. 오늘은 아내도 나도 미리 각오를 했다.
‘오늘도 조금만 무서워도 또 울면서 못 보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게 분명하다’
난 예전에(시기를 따져보니 아내랑 막 연애를 시작했던 때다) 분명히 봤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애들보다 아내가 먼저 울었다. 첫 오프닝 장면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솔직히 나도 울컥했다. 애들 보여주겠다고 틀어 놓고는 아내랑 내가 더 난리였네.
소윤이는 주인공 할아버지의 집이 철거되는 장면부터 울기 시작했다. 집이 사라지는 게 너무 슬프다고 했다. 시윤이도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그런 장면이 지나가면 울음을 멈췄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또 울고, 나중에 개들한테 쫓기고 도망가는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면 더 많이 울고 그랬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반응만 보면 이건 거의 뭐 전설의 고향이었다. 아마 두세 번 ‘무서우면 그만 볼까’라고 물어봤으면 그러자고 했을 거다. 그래서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재밌게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본 기억은 있지만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 걸로 봐서 그때는 졸았던 게 아닐까 싶다. 덕분에 오늘 아주 몰입해서 봤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거의 눈물바다였다.
“소윤아, 시윤아. 그래도 내용은 재미있지 않았어? 중간에 조금씩 무섭긴 했어도?”
“아니여. 무서웠어여”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밤에 아내가 애들을 재웠는데 소윤이는 낮에 봤던 무서운 장면이 생각이 난다며 또 훌쩍거렸다고 했다. 조금 미안했다. 난 그래도 끝까지 보고 나면 ‘무서운 장면도 나오고 그러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재밌네’라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너무 무리였나 보다. 그냥 무서운 장면만 남았나 보다. 워낙 영상을 안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유난히 겁을 많이 안고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타요나 옥토넛보다 수준이 있으면서도 끝날 때까지 내내 평화롭기만 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천년만년 자연 다큐멘터리만 봐야 하나.
소윤아, 시윤아. 아빠도 잊히지가 않아. 그 첫 오프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