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너의 그 표정

21.08.03(화)

by 어깨아빠

아내는 어제 엄청 늦게 잤다. 기한이 오늘인 글쓰기가 있어서 그걸 쓰느라 그랬다. 어젯밤, 아내는 글쓰기에 열중했고 난 먼저 자러 들어갔다. 그렇게 자다 깼는데 여전히 아내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세 시였다. 아내는 그때까지도 거실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몇 시에 잤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하루 괜찮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


서윤이는 요즘 자다 깨서 물을 찾을 때가 많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무우우우. 무우우우”


라며 아내를 흔들었다. 서윤이는 몰랐겠지. 엄마가 어제 아니 조금 전에 잠들었다는걸. 반응 없는 엄마 곁에 앉아서 목마름을 호소하는 서윤이를 데리고 나왔다. 어차피 곧 알람이 울릴 시간이었다.


“서윤아. 아빠랑 나가자. 아빠가 물 줄게”


서윤이는 내 손을 잡고 걸어 나왔다. 물도 벌컥벌컥 잘 마신다. 마실 때 흘리지도 않고 마시고 난 뒤에 기침도 안 한다.


“서윤아. 다 마셨어? 더 줄까?”


서윤이는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서윤아. 누워서 자. 아빠는 출근 준비할게. 알았지?”


문을 닫고 나와서 출근 준비를 했다. 한 10여 분이 지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문을 닫아 놓고 가면 아침에 너무 덥다. 서윤이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아내 옆에 앉아 있었다.


“서윤아. 아빠 출근할게. 사랑해. 안녕. 빠이빠이”


인사를 하고도 약간의 말미를 줬다. 서윤이는 ‘아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나를 보기만 했다. 하루 종일 서윤이의 그 표정을 떠올리며 일을 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집에 오신다고 했다. 장인어른이 휴가라 낮에 오셨다.


“여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계가 왔구나. 손주들 못 봐서”

“그러니까”


수면 부족으로 허덕였을 아내에게는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서윤이는 퇴근하는 나를 오늘도 그 누구보다 반겼다. 두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두 눈은 질끈 감으면서


“아빠아아아아악. 아빠아아아아아악”


이렇게 나를 불러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그랬는지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저녁은 소고기였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사 오셨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고기를 구우려고 했는데 아내가 물었다.


“여보. 우리는 애들이랑 같이 먹나요 아니면 재우고 먹나요?”


난 당연히 같이 먹는 줄 알았다. 당황해서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소윤이가 먼저 대답했다.


“아빠. 우리랑 같이 먹어여. 같이 먹고 싶어여”

“그래, 그러자 그럼”


고기를 굽다 보니 냉철한 이성이 나를 깨웠다. 재우고 여유롭게 먹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았다. 아니 맛은 그렇다 쳐도 무엇보다 ‘여유로울’ 것 같았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랑 아빠는 아무래도 이따 너네 재우고 먹어야겠다”

“아이. 같이 먹고 싶은데”

“식탁에 같이 앉아 있는 건 똑같은데 뭐. 오히려 더 차분하게 얘기하고 좋지 뭐”


소윤이, 시윤이, 서윤이 모두 아주 잘 먹었다. 좀 많이 구웠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다 먹었다. 다 먹이고 씻긴 다음 아내가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난 또 고기를 구웠다. 양이 꽤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아내도 애들을 재우고 나오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했다. 고기를 다 굽고 상차림까지 끝냈을 때, 아내도 나왔다.


“여보. 애들 재우고 먹길 잘했네”

“그러게. 여유롭고 좋네”


고기를 남기지 않고 다 구웠더니 역시나 양이 좀 많았다. 남은 고기는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내일 애들 볶음밥에 넣든지 새로운 뭔가를 만들든지 아무튼 어떻게든 재활용(?)을 하기로 했다.


서윤이는 오늘도 자정 무렵에 깨서 물을 찾았다. 요즘 이 시간에 자주 깬다. 더워서 깨는 건지 목이 말라서 깨는 건지 아무튼 자주 깬다. 오늘은 서윤이에 이어서 소윤이도 깼고, 마지막으로 시윤이까지 깼다. 다들 무슨 아침인 것처럼 상쾌한 표정으로.


서윤이는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고 아내 옆에서 얼쩡거리다가 결국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여보. 쟤 봐”

“자리로 갔네”


아내와 나는 자려고 자리로 돌아간 서윤이를 보면서 킥킥거렸다.


막내란 이런 존재인가. 자려고 자기 자리에 눕기만 해도 보는 이가 열광하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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