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04(수)
서윤이가 ‘아빠’를 너무 잘한다. 아침에 아내랑 아이들이랑 영상통화할 때도 서윤이는 아빠를 하염없이 불렀다. 조금 발전해서 ‘아’ 소리도 잘 낸다.
“압빠아아아아악”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맛에 산다.
아내는 바쁜 날이었다. 오전에는 아이들과의 일상, 집안일로 분주했고 오후에는 멀리까지 다녀와야 했다. 놀러 가는 게 아니고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더 피곤했을 거다. 아내는 여전히 매일매일 아이 셋과 놀라운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의 외출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나보다 집에 늦게 돌아왔다. 내가 먼저 퇴근해서 저녁을 차렸다. 어제 먹고 남긴 소고기를 넣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밥도 새로 했다. 이런 걸 능수능란하게 준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놀랍다. 특히 압력솥으로 하는 밥의 물 양을 아주 잘 맞출 때마다. 뿌듯하다.
다섯 명이 먹을 양으로 만들어야 했다. 소고기도 넣고, 계란도 넣고, 파도 넣고. 마지막으로 밥을 넣을 때 신중해진다. 압력솥에 있는 밥을 주걱으로 떠서 프라이팬에 옮기며 양을 가늠한다.
‘이건 소윤이, 이건 시윤이, 이건 서윤이, 이건 가영이, 이건 나’
반찬 없이 볶음밥만 먹을 때는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 평소보다 양을 더 많이 잡았다. 그래도 ‘좀 모자란가’ 싶어서 더 넣으려다가 밥솥에 남은 밥의 양이 애매했다. 더 넣으면 내일 아내와 아이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뭐’
다 된 볶음밥을 각자의 밥그릇에 옮겼다. 한 그릇씩 채우다 보니 약간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내 몫을 담았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애들 밥그릇과 아내 밥그릇에서 조금씩 덜어내서 내 그릇으로 옮겼다. 물론 그래도 부족했다. 다섯 식구가 먹는 밥의 양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걸 밥 먹을 때마다 실감한다. 특히 서윤이의 성장이 놀랍다. 생긴 건(?) 아직 아기인데 먹는 양은 언니, 오빠랑 거의 비슷하다.
“여보. 쌀이 또 떨어졌네. 쌀 사야겠다”
“진짜? 산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엄청 빨리 먹지?”
아내가 쌀 사야한다고 말할 때마다, 주일 저녁에 ‘벌써 주말이 끝났다고?’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밥을 거의 다 차렸을 때 돌아왔다. 다들 맛있게 잘 먹었다. 난 다소 부족했지만 ‘이렇게 먹으면 건강하고 좋지 뭐’라고 생각했다. 매일 이렇게 먹으면 살이 절로 빠지겠다는 생각도 했다.
서윤이는 낮에도 한 번 자고, 집에 돌아올 때도 차에서 잠들었다고 했다. 낮잠 두 번에다가, 두 번째 낮잠은 집에 오는 늦은 저녁이라니. 예상한 대로 아내가 서윤이를 재우고 나오는 게 오래 걸렸다.
하루 종일 내내 고단한 일정과 사투를 벌인 아내는 서윤이를 재우고 나와서도 금방 졸음에 허덕였다. 자러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이미 자는 사람의 눈으로 바뀌었다.
“아, 여보. 왜 이렇게 졸리지”
“왜 이렇게 졸리긴. 바쁘게 보냈으니까 그렇지”
“아, 너무 졸리다 너무”
문제는 내일도 오늘만큼 바쁠 예정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