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못 만나고 듣지도 못해서

21.08.11(수)

by 어깨아빠

시윤이는 자다 말고 아내의 옆으로 와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하. 엄마하”

“어, 시윤아. 왜?”

“바지헤 쉬를 해버렸어혀”

“바지에? 그래? 어디 보자”


아내는 시윤이의 바지춤을 만져보고는 얘기했다.


“시윤아. 쉬 안 했어. 화장실 가서 쉬 하고 와”


화장실에서 거센 소변 소리가 들렸다. 시윤이는 얼마 전에도 그랬다. 저번에는 돌아다니면서 쉬를 했다고 했는데 이불은 멀쩡했다. 물론 바지도 멀쩡했고. 아마 오줌 싸는 꿈을 꾼 모양이다. 아내도 처음에는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오늘은 여유가 있었다.


난 너무 더워서 잠을 설치고 있었다. 밤공기가 시원해서 에어컨을 끄고 문을 열어 놓고 잤는데 해가 뜰 무렵이 되니 생각보다 더웠다. 착한 아내는 나를 대신해 에어컨까지 켜고 다시 누웠다.


그때 시윤이를 본 게 오늘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만난 순간이었다. 중간에 잠깐 영상통화를 하긴 했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일이 있어서 집에 엄청 늦게 들어왔다. 아내가 전해주길, 소윤이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고 했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 시윤이는 말은 그렇게 했는데 사실은 별생각이 없고 그냥 누나가 그러니까 덩달아 그러는 것 같았다고 했고.


오늘 일기는 정말 쓸 게 없다. 아이들을 만나지도 못했을뿐더러 아내의 하루도 자세 전해 듣지 못했다. 다만, 아내는 오늘도 정신없이 바쁘고 하루의 마지막 순간에는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살았다고 했다. 나는 쓸 게 없지만 아내는 몇 페이지고 쓸 게 있는 하루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오늘은 소윤이 옆에 누워서 소윤이 손잡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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