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까지 가세하니 진짜 두 마리는 있어야겠네

21.08.25(수)

by 어깨아빠

아내가 아침에 통화할 때 이렇게 얘기했다.


“여보. 우리 오늘 저녁은 외식 아니 집에서 먹더라도 어쨌든 사 먹을 거에요”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에 나갈 일이 있었다. 멀리 가는 건 아니라서 이동의 피로는 덜했겠지만 어쨌든 놀러 나가는 게 아닌 만큼 피곤하긴 했을 거다(애들은 몰라도 아내는 노는 게 아니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낮 일과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어, 여보”

“여보. 어디야?”

“난 이제 제2자유로 타려고”

“아, 우리도 이제 가는 길이야”

“저녁은 뭐 먹어?”

“그러게. 여보 먹고 싶은 거 없어?”

“난 아무거나 괜찮지”

“뭘 먹지. 밖에서 먹으려면 좀 넓고 한적해야 하고”

“그러게. 뭐가 있을까”

“쭈꾸미?”

“쭈꾸미도 좋지. 아니면 여보 먹고 싶다고 했던 부대찌개? 스타필드?”

“마지막 거긴 안 가고 싶다”

“아니면 치킨? 집에서? 탕수육?”

“오 그거 좋네”

“뭐?”

“치킨. 애들한테 물어볼게”


얼마 전에 소윤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서 제안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좋다고 했다면서 아내가 집에 가는 길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내가 아내와 아이들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다.


“서윤이 잠”


아내가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쉬워하며 카톡을 보냈다. 서윤이가 푹 못 자는 게 아쉽기도 하고, 깨서 왠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잠투정이 심하거나 기분이 너무 안 좋은데 어디 식당이었으면 너무 힘드니까, 차라리 집인 게 훨씬 낫다.


서윤이는 차에서 내리면서 깼는지 아내의 어깨에 기대어 두 눈을 꿈뻑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장난을 섞어 인사를 건네도 웃지 않고 고개를 홱 돌리는 걸 보고는 쉽지 않은 저녁 시간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서윤이는 아기 의자에 앉고 나서도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짜증을 수시로 발산했다. 부지런히 살코기를 뜯어서 서윤이 그릇에 놔 줬다. 한 점 두 점 집어먹으면서 기분이 괜찮아졌다.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웃음도 보여줬다. 다만 속도가 무척 빨랐다. 처음 5분 정도는 감히 치킨을 입에 대기 어려울 정도로 서윤이 수발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와, 얘 진짜 잘 먹네”


자기 그릇이 비면 나한테 그릇을 밀면서 더 채워달라고 얘기했다.


“꺼. 꺼. 꺼”


아마 ‘또”라는 말인 것 같다. 나중에는 아내가 미리 살을 발라 놓고 다 떨어지면 채워주고 그랬다. 서윤이는 아무리 못 해도 한 서너 조각은 될 양을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마찬가지로 잘 먹었다. 치킨은 날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인데 오늘은 엄청 잘 먹는 날이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장 잘, 많이 먹는 건 당연하고. 서윤이 수발드느라 치킨의 맛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많이 먹었다. 이제 정말 한 마리로는 턱도 없다. 5인 가족의 규모를 여기저기서 깨닫는다.


오늘은 서윤이가 자기 의지로 나에게 와서 안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기 의지는커녕 내가 애원하듯 포옹과 뽀뽀를 구걸해도 오지 않았다. 아침에 통화할 때도 받자마자


“아빠아아아아”


이러길래 엄청 반가워했더니 바로 칭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여보. 얘 끊고 싶대”


종료 버튼 누르는 재미에 아빠와의 통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기 전에 읽을 책을 소윤이가 골랐다. 오늘은 내가 읽어줄까 싶었는데, 소윤이가 고른 책이 뭔지 확인하고 나서는 마음을 접었다. 내가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책이었다. 재미없는 책은 읽어주기도 힘들다.


시윤이는 내가 서윤이에게 외면당할 때마다 달려와서 뽀뽀를 해 줬다. 소윤이는 이제 ‘싫다고 하는데 계속 장난치면 진짜 싫어하는’ 느낌이지만, 시윤이는 아직 ‘싫다고 하는데 계속 장난쳐도 내심 좋아하는’ 느낌이다. 시윤이한테는 더 과격하고 진한 스킨십을 자주 한다. 소윤이에게는 톤 앤 매너를 지키는 편이고. 서윤이하고는 갑을 관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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