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하나도 고민에 또 고민

21.08.27(금)

by 어깨아빠

소윤이가 얼마 전에 룻기를 다 읽어서 소소한 선물을 사 주기로 했다. 소윤이에게 뭘 받고 싶은지 물어봤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걸 말했다.


“오목이여”


예전에 어디선가(아마도 할아버지들이랑) 오목을 했는데 그게 무척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인터넷으로 자석 바둑 하나를 주문했다. 시윤이가 마음에 걸렸다. 시윤이도 누나가 왜 그 선물을 받는지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에서 이해가 안 될 뿐이다. 가득이나 끼인 자의 슬픔을 겪는 시윤이를 모르는 척하기가 어려웠다. 시윤이 수준에 맞는 보드게임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펭귄 얼음 깨기(?)’가 떠올랐다.


“여보. 시윤이를 위해서 보드게임을 하나 더 사는 건 좀 그렇나? 소윤이만 사 주면 서운해할 것 같아서”

“난 뭐 사 주고 싶지가 않아 사실”

“아 그래? 알았어. 그럼 그냥 먹는 걸로 사 줘야겠다”

“오목도 원치 않지만 선물 사 줘야 하니까. 그치만 여보가 원한다면 오케이”


아내가 왜 내키지 않는지는 알고 있다. 그게 뭐가 됐든 갈등과 불순종, 다툼의 단초가 될 만한 건 더 이상 집에 들이고 싶지 않은 거다. 본능적으로. 육아의 실무자인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보드게임은 너무 ‘소소하지 않은’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낮에 장모님이 잠깐 집에 오셨다고 했다. 아내하고는 늦은 오후에 첫 통화를 했다.


“여보. 오늘 잘 지냈어?”

“어. 잘 지냈지”

“지금은 뭐해?”

“아, 잠깐 엄마가 오셨어. 잠깐 자연드림 왔다가 집에 가려고”

“애들은 괜찮았어?”

“그냥 뭐 자잘하게 말 안 들었지. 할머니 오시니까 더 그러기도 했고”


이제 그 정도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무미건조하게 오늘의 하루를 압축해서 전해줬다.


퇴근해서 잠깐 집에 머무는 동안, 시윤이는 몇 번의 위기가 보였다. 너무 졸린 게 문제였다. 저녁 준비가 다 됐으니 책을 덮으라고 했을 때, 식탁 의자에 가서 앉으라고 했을 때, 깨작거리지 말고 열심히 먹으라고 했을 때, 모두 위기였다. 시윤이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지만, 다행히 줄이 끊어지거나 줄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서윤이는 시윤이가 자세를 흐트러뜨릴 때마다 바른 자세로 앉으라며 시윤이를 향해 팔을 뻗고 소리를 쳤다.


“빠아아아아. 빠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시윤이가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시윤이도 서윤이에게는 관대한 편이다. 온 식구가 서윤이에게는 넓은 아량을 베푼다. 서윤이는 나중에 커서도 이걸 알아야 한다.


신기한 건, 소윤이가 시윤이처럼 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니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존재, 준 어른 정도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 그에 비해 시윤이는 자기와 같은 군번 내지는 경쟁 상대로 여기는 것 같다. 사실 시윤이하고도 하늘과 땅 차이인데.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아후. 가동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안 움직이지”


아내가 자기 스스로를 말하는 거였다. 아내는 아주 크고 무거운 덤프트럭이 막 움직일 때처럼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움직였다. 난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서 나왔다.


“아빠아. 어디 가여어?”

“아빠? 교회 가지. 오늘 금요일이잖아”

“하아. 가지 마여어”

“내일 주말이잖아. 내일 많이 놀자. 시윤아 잘 자”


시윤이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집에서 나가려는데, 들어올 때처럼 나갈 때도 서윤이가 가장 열렬히 환송했다.


오늘따라 예배가 늦게 끝나서 집에 늦게 돌아왔다. 아내는 야식과 함께 나를 기다렸다.


“우와. 여보 이번 주도 수고했네. 시간이 빠른 것 같아”

“그러게. 드디어 주말이네”


일주일의 낙, 아내와 수다 떠는 금요일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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