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신생아

21.09.08(수)

by 어깨아빠

밤새 서윤이가 엄청 깨고 많이 울었다. 신생아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정말 제대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자다 깬 게 아니라 깨다 잤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밤이었다. 해가 뜰 무렵에도 여전했다.


‘아 너무 피곤하다. 10분이라도 더 자야지’


시간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더 눈을 붙여 보려고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바깥의 밝기를 보아하니 어차피 금방 알람이 울릴 것 같았다.


‘에이. 그냥 일찍 나가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어제 충전이 제대로 안 됐는지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애초에 일찍 일어나는 거라 늦게 일어나도 늦은 게 아니었다. 서윤이가 아빠 일어나라고 그렇게 울어댔나.


소윤이도 서윤이 때문에 잠을 설쳤는지 나를 따라 나왔다. 출근 준비하는 나를 기다렸다. 안타깝게도 아빠의 출근 준비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소윤이를 무릎에 앉혔다. 막 자다 깼을 때의 그 부드러움과 온기가 참 좋다. 소윤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신발을 신는데 또 문이 열렸다. 시윤이도 깼나 하고 봤더니 아내였다. 하긴 아내가 제일 잠을 설쳤을 거다. 아주 오랜만에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했다.


점심 먹을 때, 아내가 밖에 나왔다며 전화를 했다. 안 그래도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예쁘길래 애들도 밖에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식당에서 전화를 받은 거라 정신이 없었다. 밥 먹고 사무실에 돌아가니 애들이 보고 싶었다.


“우리 아가들 사진 좀 보내주세용”


아내는 환하게 웃는 소윤이와 시윤이의 사진, 근엄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서윤이 사진을 보내줬다. 밖에 나간 김에 서윤이를 재우고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서윤이가 생각보다 잠들지 않아서 꽤 오래 걸었다고 했다. 인내의 열매는 달다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서윤이를 재우고 오붓한 시간을 얻었다. 너무 빨리 깨서 또 아쉬웠지만. 그래도 카페에서 나와 반찬 사러 갔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 놀이터에서 잠깐 놀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주 크고 즐거운 의외의 만남이었을 거다.


점심에 라면(정확히는 라멘. 소윤이와 시윤이가 ‘라멘’이 뭐냐고 물어봐서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을 먹어서 그런지 저녁에 배가 엄청 고팠다. 평소에 비해서 저녁 준비가 엄청 늦은 것도 아니었는데, 유독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저녁 기다리다 남은 체력을 다 쓰고, 당겨쓴 느낌이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배가 고팠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피곤하다고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당연한 일이지만 단속을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배설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서윤이 기저귀를 갈아 주고 옷을 갈아입히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자꾸 도망가고 오지 않았다.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


'난 아빠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안 갈 거다요’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길래,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가 책 읽으러 방에 들어가면 그때 서윤이는 못 들어가도록 문을 닫을 생각이었다. 서윤이도 여러 예외에서 나와 ‘규칙의 향연’에 동참할 날이 머지않았다. 가벼운 예행연습은 틈틈이 하고 있다. 오늘도 그 연장이었다. 어느 시점 이후로는 더 이상 오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아내가 설거지를 거의 다 끝냈을 무렵, 서윤이가 알아서 나에게 왔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지가 아니 자기가 먼저 와서는 내 무릎에 앉았다. 둘 중 하나다. 본능이거나 모든 걸 알고 펼치는 처세거나. 아무튼 놀라웠다. 절묘한 순간에 알아서 모면하다니. 그러고 나서도 기저귀만 갈고 또 도망갔다. 한참을 기저귀 차림으로 도망다니다가(이번에도 몇 번 부르고는 부르지 않았다) 또다시 왔다. 이번에는 아내가


“서윤아, 얼른 아빠한테 가”


라고 얘기를 하긴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책을 읽으러 들어가자마자 거실에 드러누웠다. 세상에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오늘은 자기가 기도하고 재울 테니 좀 쉬라고 했지만 사양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 기도해 주러 들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졸려서 난리였다.


어제 그 마른 빨래가 오늘도 소파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른 빨래는 젖은 빨래에 비하면 아무런 부담이 없다. 그냥 보기에 좀 어지럽고 다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게 있기는 해도 젖은 빨래처럼 ‘자칫 잘못하면 썩은 내’ 같은 압박은 없다. 일단 오늘도 미뤘다.


코로나는 위드 코로나, 빨래는 위드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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