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11(화)
울산에 다녀온 후폭풍인지 소윤이, 시윤이 모두 기침과 콧물이 매우 심해졌다. 특히 시윤이가 그렁그렁한 소리를 내며 자주 기침을 했다. 아마 내가 차를 두고 갔으면 아내가 낮에 둘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을 텐데 내가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바람에 낮에는 갈 수가 없었다. 둘 다 열은 안 났는데 소윤이는 스스로 힘들다고 얘기했다.
"아빠. 언제 와여?"
"아빠는 이제 조금 있으면 가지. 소윤이 힘들어?"
"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태워서 병원으로 출발했다.
"아빠. 오늘 주사는 안 맞아여?"
"그럼. 아마 주사는 안 맞을 걸?"
둘 다 기분이 괜찮았다. 접수 마감 직전이라 사람도 없어서 제법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그랬다. 진찰 결과 시윤이는 폐렴 혹인 모세기관지염 초기 증상이라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폐에 가래가 가득하다고 했다. 아직 심하지는 않아서 3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숨쉬기가 힘들어한다거나 하면 바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소윤이는 그냥 콧물 과다로 인한 기침이었으니 시윤이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엑스레이 찍고 나서 5분 동안 네불라이저도 흡입했다. 가끔 아내 혼자 병원에 와서도 이걸 했다고 얘기했을 때가 있었는데 오늘 해보니 이걸 어떻게 혼자 했을까 싶다. 시윤이가 성인군자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가 사지를 결박하고 아내가 네블라이저 분사구를 소윤이의 코와 입 주변에 갖다 대며 역할을 분담했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가서 약도 받고 심지어 저녁에 먹을 약은 다 먹이기까지 했다.
아내는 집으로 갈 때 애들이 잠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난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집에 가다가 아내가 저녁으로 먹을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샀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시윤이는 자고 있었고 소윤이는 눈을 뜨고 있었다. 얼른 가서 재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운전석에서 내려 소윤이 쪽으로 갔는데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내리며 얘기했다.
"여보. 소윤이 자는데?"
"응? 방금 내가 봤을 때 안 잤는데?"
"봐봐. 자"
정말 두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아마 내가 본 소윤이는 잠들기 직전의 모습이었나 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바로 밤잠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한 5분 정도 차 밖에 서서 기다렸다.
"이제 갈까?"
문을 열고 아내는 시윤이, 나는 소윤이를 안았는데 시윤이가 파르르 몸을 떨며 눈을 떴다. 아내는 어떻게든 다시 재워보기 위해 다급하게 토닥거렸으나 왠지 시윤이의 눈은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소윤이는 전혀 미동이 없었고 방에 눕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호는 of.f 2호가 문제였다. 그래도 뭐 아주 잠깐 잔 거니 금방 다시 잠들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나 나나 마음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한 1, 2 정도는 설마 하는 마음을 품고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설마 일 뿐이었다. 난 운동하러 가고 아내는 방에 남아 시윤이를 재우고. 난 운동하고 잠깐 카페에 갈 생각으로 노트북까지 챙겨서 나왔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서 씻으려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점점 열 받음. 하.....우울하다]
약 1시간 동안 시윤이랑 씨름하다가 그냥 나왔다고 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으려고. 시윤이는 따라 나오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잠시 후 문을 스윽 열더니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결국 시윤이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나랑 영상통화도 했는데 세상 티 없이 해맑은 웃음과 애교를 부리며 상황 파악 안 되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10시까지 놀다가 다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그러고 나서도 1시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내의 인내심을 함양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여보 뭐 사다 줄까?]
[사실 나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음. 속에서 열불이 나나?]
그럴 만도 하지. 아니 차라리 전혀 졸린 기색을 보이지 말던가. 졸린 것처럼 연기하면 안 재울 수도 없고 말이야. 사람이 진실하고 일관되야지 어? 시윤아?
아이스카라멜마끼아또를 사서 대령했다.
여보. 언젠가 먼 미래에 아이들이 우리 없이 잔다고 하는 날. 우리 꼭 성대한 파티를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