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21.09.23(목)

by 어깨아빠

새벽에 시윤이가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매트리스 위에는 나 혼자 누워 있었다. 바닥에는 아내와 소윤이, 서윤이가 무질서하게 누워 있었고. 화장실에 다녀온 시윤이가 잠시 고민하는 게 보였다.


“시윤아. 아빠 옆에서 잘래?”

“네”


아이 셋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 시윤이를 만질 때의 매력은 약간 오동통하면서도 아직 영글지 않은 듯한 느낌이랄까.


“시윤아. 왜 아빠 옆에서 잔다고 했어? 엄마 옆에서 안 자고?”

“아, 누나가 제 자리에 누워 있어서여어”


그랬구나. 아빠가 원초적인 이유는 아니었구나.


아침에는 서윤이가 날 반겼다. 서윤이 덕분에 아내도 날 반겼다. 짧게 인사만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과연 다시 잠들지 걱정이었다. 연휴 후 첫날인 만큼 충분한 수면이라도 보장되어야 덜 힘들다.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종종 ‘목요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힘이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나른하긴 했다. 연휴가 길어서 그랬는지 몸이 억지로 다시 적응하는 느낌이었다. 아내도 그렇다고 했다. ‘은근히 피곤하네’가 정확한 표현이었다.


퇴근하고 만난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 잘 때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다는 거였다.


“소윤아, 시윤아. 안 답답했어? 어제, 그저께 계속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괜찮았어여”


아내는 두통이 심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상을 방해할 만큼의 고통은 되는 듯했다. 아내의 표정에서 괴로움이 보였다. 아내는 열심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핏 봤는데 완성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하필 오늘 배가 무척 고팠지만 잘 참기 위해 노력했다. 애써 배고픔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소윤이, 시윤이와 더 열심히 놀았다.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제로도 하고(이번 연휴에 아이들이 ‘제로 게임’을 배웠다), 이것저것 큰 의미 없는 부대낌도 받아 주고. 아내는 힘들어 보였다. 두통도 힘들고, 저녁 준비도 힘들고, 배고픈 남편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힘들고, 잊을 만하면 달라붙는 서윤이도 힘들고.


서윤이는 조금만 서운한 소리를 하면 바닥에 얼굴을 밀착시키고 엎드려서 삐진 척을 한다. 대부분 ‘척’이다. 진짜 삐지거나 서운할 때는 바로 아내에게 달려가서 안아달라고 칭얼댄다.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서 말해도 잘 듣는 것 같기도 하면서 가장 능글맞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요즘은 툭하면 삐진다. 비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내가 애들을 씻겼다. 시윤이와 서윤이를 먼저 씻기고 잠깐 다른 걸 하는 사이에 소윤이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다. 소윤이를 씻겨 주려고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는데 알아서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소윤아, 아빠가 해 줄게”

“괜찮아여”

“그래? 그럼 세수랑 손발도 소윤이가 씻고 나올래?”

“네”


우리 집의 첫째고, 동생이 둘이나 있고, 말이나 행동이 어린아이 같지 않을 때가 많아서 다 큰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일곱 살이다. 아내도 나도 본의 아니게 ‘소윤이는 괜찮겠지’하고 넘어갈 때가 많은데 소윤이는 종종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사실은 조금 속상했다’며 지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굳이 소윤이를 동생들과 같은 방법으로 씻겨 주는 건, 이런 속상함을 달래 주기 위해서다. 오늘은 정말 괜찮다고 해서 소윤이에게 맡기고 나왔다.


모르긴 몰라도 아내와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면, 아마 아내가 가장 먼저 잠드는 게 아닐까 싶다. 아내는 오늘도 차라리 쭉 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시간에 깨서 나왔다. 두통은 여전히 심하다고 했다.


소윤이가 신을 운동화가 하나도 없어서 운동화를 하나 사야 했다. 해마다 운동화를 사 주는데 발이 너무 쑥쑥 큰다. 작년에 사 준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나도 소윤이도) 딱 한 해, 아니 한 해도 아니고 반 해 신고 끝났다. 아내가 당근마켓에 올라온 매물(?)을 몇 개 보여줬는데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마음 같아서야 소윤이도 좋아하고 내 취향에도 딱 맞는 걸 사 주고 싶지만 한 해 신고 버리기에는(실제로 버리지는 않겠지만) 너무 아까웠다. 어쩔 수 없이 시윤이까지 신길 신발을 골라야 했다(서윤이까지 고려하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르지는 못했다. 오늘 밤에 골랐다가는 충동구매의 끝을 볼 것 같았다.


일단 오늘은 참고 내일 다시 생각해 봐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