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같지 않은 금요일 밤

21.09.24(금)

by 어깨아빠

아내의 두통은 여전하다고 했다.


“아침부터 아기띠 해서 업고 있었음. 두통을 지속시키는 원인인 듯”


서윤이는 아예 아기띠를 들고 와서 안아달라고 요구한다. 그게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많은 두통 전문가(?)가 얘기하기를, 결국 체내의 흐름이 막혀서 그런 거라는데, 아내의 하루에는 ‘원활한 흐름’을 막을 만한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아내와 소윤이는 낮에 병원에 다녀왔다. 둘 다 비염 때문에 다녀왔다. 특히 소윤이가 또 심해져서(항상 심하지만, 유독 심해져서). 아내는 지난번에 갔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소윤이는 마치 지난번 아내처럼, 콧구멍이 다 막혀있을 정도로 심하게 부었다고 했다. 너무 불쌍하다. 하루 종일 손수건을 들고 코를 닦느라 코밑이 벌겋게 거칠어졌다. 거기에 소윤이는 밖에서 코를 닦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 주긴 했지만, 소윤이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너무 안쓰럽다. 소윤이 정도면 몸에 안 좋은 걸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낫지를 않는 걸까. 유전인가. 시골로 가야 하나. 밥 먹을 때도 코와 눈이 간지러워서 괴로워하는 소윤이를 보니 너무 짠했다.


장을 본다는 핑계(?)로, 퇴근 후 아내와 아이들을 밖에서 만났다. 표정과 몸짓에 음성까지 더해 아빠를 반기는 서윤이의 자태가 언제나 내 눈을 사로잡는다.


“압빠다아아아아”


반기는 서윤이를 안고


“서윤아. 뽀뽀 어떻게 하지?”


라고 하면 마스크를 쓱 내리고 입을 벌리며 다가온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애를 열 명 낳아도 이런 순간은 질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장은 간단히 봤다. 원래 더 큰 마트에 갈까도 했는데 그냥 동네에서 간결하게 마쳤다. 대신 저녁을 먹어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등촌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서윤이를 데리고 두어 번 갔었는데 그때마다 서윤이가 얌전히 잘 먹었다. 생각해 보면 서윤이 같은 녀석(?)과 먹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긴 하다. 좋은 기억 때문인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역시 육아는,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서윤이가 오늘은 영 협조적이지 않았다. 졸려서 그랬는지 처음부터 칭얼대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걸 갖다 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마음이 동요하지는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런 느낌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고, 짧지만 오랜만의 가족 여행을 앞둔 밤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서윤이는 식사 시간 내내 백색 소음처럼 칭얼거렸지만, 우리의 식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자다가 나왔다.


연휴 후 일상이 너무 짧아서 그런가, 오늘은 또 금요일 밤이 금요일 밤 같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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