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마자 보고 싶고 누우니 눈물이

21.10.10(주일)

by 어깨아빠

요즘은 서윤이도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를 깨운다.


“암마아아. 암마아아아”


언니와 오빠가 같이 나가자고 하면 따라 나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끝까지 방에 남아서 엄마를 깨우는데도 일어나지 않으면


“엄마아아아아악”


하면서 소리가 높아진다. 오늘도 엄마 옆에 앉아서 엄마를 툭툭 두드리며 깨웠다. 평소처럼 언니와 오빠는 물론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있는 거실로 슬쩍 내보냈다. 아내와 내가 나갈 때까지 다시 방에 들어오거나 엄마를 찾는 일은 없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게임기에 가까운 ‘액정 화면이 있는 장난감’을 아침부터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주의를 줬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가 하셨던 말씀 기억하지? 너네가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엄마, 아빠가 나설 수밖에 없어”


물론 이렇게 하는 건 절제하고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자기 의지를 발휘해 중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거다. 방에 들어오고 나서 소윤이가 시윤이에게 간절히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윤아. 이제 그만해. 아빠가 다시는 할머니 집에 안 온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


그런 말은 한 적 없는데. 그리고 사실 소윤이가 더 한참 쥐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점심은 밖에서 먹었다(이게 엄마의 환갑 기념 식사였다. 코로나 덕분에 모여 앉지 못하고 떨어져 앉았지만). 6개월 된 조카를 내가 안고 먹었다. 의외로 가만히 잘 앉아 있길래 한 쪽 무릎에 앉혀 놓고 먹었다.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났기 때문에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서윤이를 데리고 먹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마침 서윤이는 식당으로 오는 길에 잠들었다가 어른들이 다 먹고 일어나려고 할 때쯤 잠에서 깼다. 서윤이에게도 밥과 고기를 줬다.


밥을 먹고 나서는 다시 부모님 집에 가서 환갑 축하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벽에다 붙일 ‘할머니 생일 축하해요’를 미리 꾸며서 가지고 왔다. 소윤이는 할머니 선물을 사지 못해서(고민하다가 까먹었다) 조금 속이 상했지만, 오래 담아 두지는 않았다. 조촐하디 조촐한 환갑 축하 행사는 순식간에 끝났다. 그래도 네 명의 손주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아빠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순간에는 노후 걱정도 건강 걱정도 안 보였고 그저 귀여운 손주들과 행복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 자체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때까지는 ‘헤어짐의 순간’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동생네와 이제 곧 가기로 얘기를 나누고,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말했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이제 조금만 더 있다가 갈 거야. 알았지?”


소윤이가 특히 아쉬운 표정을 보였지만 금방 거뒀다. 아쉬운 마음이야 깊어지면 더 깊어졌지 사그라들지 않았을 테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그랬을 거다. 그렇게 말하고 정리하는 것만 해도 오래 걸린다. 마지막 순간까지 할머니와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소윤이와 시윤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한도 끝도 없이 다 받아 주다 보면 하룻밤을 더 자는 사태까지 발생할지도 모른다.


차에 타자마자 아내와 시윤이, 서윤이는 모두 잠들었다. 소윤이와 나만 깨어 있었다.


“아빠. 할머니 보고 싶다”

“그래? 벌써?”

“네”

“할머니는 자주 못 보고 그래서 헤어질 때마다 너무 아쉬워서 그런가 봐”

“맞아여. 진짜 그래여”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자려고 방에 들어갔을 때는 아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유는 동일했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시윤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으니 엄청 까불거렸다. 나에게는 다소 생소할 정도로.


“여보. 시윤이 평소에도 이래?”

“가끔 그러지”


적어도 서윤이의 기억 속에 양쪽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억이 모두 선명해질 때까지는 다들 건강하셔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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