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위한 큰그림

21.10.22(금)

by 어깨아빠

아내는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어제 자기 전에 애들 옷과 애들 가방도 미리 챙겨 놨다.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차에서 쉬고 있는데 (교통 체증을 피해 일찍 나오다 보니 출근 시간까지 공백이 길다. 그 시간을 차에서 보낸다) 아내와 아이들이 영상 통화를 걸었다.


서윤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애틋한 표정과 말투로 나를 반가워했다. 그 모습만 보면 무슨 남극기지에 있는 아빠와 통화하는 것 같았다. 일어난 지 좀 됐는지 아이들 모두 쌩쌩했다. 항상 아내가 가장 힘겨워 보인다.


아내는 그 통화를 끊고 나서 정신없이 바빴을 거다. 나도 금요일의 피로와 희망 속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올 만한 시간도 아니었고, 아내의 목소리 너머로 들리는 소리도 꽤 시끄러웠다.


“뭐야? 벌써 끝났어?”

“아, 그게 아니라 일이 좀 있었어”


같이 처치홈스쿨 모임을 하기로 했던 가정의 자녀 한 명이 열이 난다고 했다. 시작하기 전에 체온을 재면서 알게 된 거다. 오늘 장소를 제공한 가정의 자녀였다. 아내와 아이들 말고 한 가정이 더 있었는데 장소가 갑자기 우리 집으로 변경됐다고 했다. 열이 난 자녀의 가정은 빠지게 됐고. 아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올 때 초토화 상태였는데”


‘초토화’라는 아내의 표현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상상이 됐다. 바쁜 와중에 정리까지 차곡차곡 하면서 나오는 건 어려웠을 거다. 누가 집에 오기로 되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손에 잡히는 대로 툭툭 던져 놓고 나왔을 거고. 아내는 무사히 모임을 마치고 다시 전화를 했다. 한결 가벼운 듯도 했고, 긴장이 풀려서 힘이 없는 듯도 했다.


모임을 마친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친정으로 갔다. 어제 이미 아내에게 말했던, 나의 제안이었따. 토요일에 축구를 하러 가야 했는데 토요일에 나가는 게 미안했다. 마침 장소도 처가에서 가까웠다. 그렇다고 축구하는 시간에만 갔다가 축구 끝나고 바로 오자니 너무 얌체 같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가서 자는 건 어떠냐는 의견까지 나오게 된 거다.


퇴근 무렵에 아내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직 자고 올지 몰지는 결정을 안 했다고 했다. 결정은 안 했지만 집에 갈까 싶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집이 편하니까’


난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집에 굳이 들르지 않고 교회에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보. 엄마 내일 점심 약속 있으시대”


여러모로 자고 올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토요일에 축구하러 갈 때 죄스러운 마음만 더 커지게 생겼다. 물론 아내는 나에게 죄책감 같은 걸 지우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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