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21.11.09(화)

by 어깨아빠

시윤이가 어제부터 기침을 좀 하더니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기침을 했다고 했다. 코도 꽉 막히고. 서윤이로부터 시작된 콧물과 기침의 기운이 은근하게 우리 집을 덮는 느낌이다. 소윤이야 항상 비염을 달고 사니까 ‘코가 막힌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인지 오래되었지만, 시윤이는 아니다. 막힌 코로 살아본 날이 적기도 하거니와 시윤이는 불편함이나 고통, 가려움 등을 유독 견디기 힘들어한다.


퇴근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 여보 어디야?”

“나? 지금 막 엘리베이터 탔어”

“아 그래? 여보 그럼 여기 광장 쪽으로 좀 와 줄 수 있어? 탕수육 사러 나왔는데 서윤이가 너무 울어서”


집에다 가방만 놓고 바로 다시 나왔다. 어제 자려고 누웠을 때 아내와 탕수육 먹은 지 오래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탕수육은 우리의 유일한 아들, 시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고. 어제 아내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탕수육을 엄청 맛있게 먹는 시윤이 모습을 상상했는데, 아내도 나와 비슷했나.


아내와 아이들을 거리에서 만났다. 소윤이는 빠르게 달려와서 안겼는데, 시윤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혹시 시무룩한 건지 봤는데 그건 아니었고, 하루 종일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고 했다. 표정도 밝고 기분도 좋았다.


서윤이는 아내에게 안겨 있었는데, 아내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바로 서윤이를 넘겨받았다. 밖에서는 엄마한테 안겨 있다가 나한테 옮겨 와도 전혀 거절이 없다. 서윤이도 아는 듯하다. 아빠한테 안겨 있는 게 더 오래가고 편하다는 걸.


서윤이는 아내가 들고 있던 신발을 보더니 그걸 가리키며 신겨 달라고 했다. 내려가겠다는 말이었다. 이제 제법 잘 걷는다. 내려줘도 손을 잡고 걸으면 곧잘 따라오고. 안타깝게도 오늘은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다시 안겼다. 걷다가 넘어졌는데 바로 안아 달라고 했다. 사실 난 더 좋았다. 안고 걸어야 서윤이의 얼굴을 더 많이 비빌 수 있으니까.


아내는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밥솥에 불 올려야 한다면서. 우리도 금방 따라 들어가서 시간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밥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니까 먼저 탕수육을 먹었다. 서윤이가 먹기 좋게 정성껏 잘게 잘라 줬는데 안 먹고 짜증을 냈다. 그걸 시작으로 계속 짜증을 냈다. 자기 전까지 계속 기분이 안 좋았다. 서윤이도 콧물을 줄줄 흘렸는데, 코가 막혀서 힘들었는지 아무튼 저녁 시간 내내 서윤이의 날카롭고 거북한 울음소리와 함께 했다. ‘이제 그만 좀 울고 짜증도 그만 내’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올 정도로 신경을 긁는 소리였다. 덕분에 더 지치고 더 피곤했다. 시윤이는 기침과 콧물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나마 다들 열이 안 나는 게 다행이었다. ‘이러다 갑자기 열이 날지도 모른다’는 긴장을 안고 있기는 했지만, 일단은 다행이었다.


아이들을 자리에 눕히고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야”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파에 철퍼덕 기대앉으면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아주아주 고요한 깊은 산 속 휴양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갑자기 그리고 아주 짧게 머리를 스쳤다. 깊고 깊은 고요에 빠지고 싶은 그런 느낌.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에도 방에서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종종 ‘괴로워서 우는소리’도 섞여서 들렸다. 서윤이는 깨서 울다가 조용해지기도 했고. 시윤이는 너무 괴로워하길래 잠깐 거실로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몸도 마음도 표현도 어그러지지 않고 잘 지키도록. 언제 전면전으로 전환될지 모르니까. 지금은 그저 국지도발 수준이니까. 언제든 더 악화(?)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와 함께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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