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온 손님, 1일차

21.11.10(수)

by 어깨아빠

집에 손님(가족)이 오기로 했다. 아주 멀리 울산에서. 덕분에 아내는 이번 주에 많이 분주했다. 손님을 맞기에 적당한 집으로 가꾸느라.


오늘 온다고 하기는 했는데 몇 시에 오는지는 몰랐다. 대략 저녁쯤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하긴 정확한 시간을 정했다고 해도 그 멀리서 오는데 그걸 정확히 지키는 것도 이상하다. 아무튼 아침에 출근하면서 축구 가방을 챙겼다. 혹시 늦게 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오후 늦게 Y(손님 가족의 남편)와 통화를 했다. 우리 집 근처에 7시쯤 도착 예정인데 쇼핑몰에 들러서 뭔가를 사고 저녁도 먹고 온다고 했다. 축구를 하고 와도 괜찮을 법한 시간이었다. 아내와도 통화를 했다. 아내는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다. 콧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괴로운 건지 서윤이가 하루 종일 아내에게 매달리는 바람에 혼이 쏙 빠졌다고 했다.


“여보. 그럼 난 여보가 결정하는 대로 할게”

“뭘?”

“축구”

“아, 갔다 와. 괜찮아”

“힘들면 솔직하게 얘기해. 오늘은 Y네도 오고 그러니까 집에서 기다리면 되니까”

“진짜 괜찮아. 하고 와”


퇴근하고 바로 축구장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혹시나 Y네가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25분씩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다행히(?) 연락은 없었다. 아내와 내가 예상한 Y네의 도착 시간은 9시였다. 9시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Y네 연락 왔어?”

“어, 조금 전에 출발한다고”

“아, 그래? 그럼 나도 이제 가야겠다”

“끝났어?”

“아니. 아직 더 남았는데, 가야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Y네 가족을 만났다. 멀리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에 적당한 몰골은 아니었다.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집으로 올라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기대와 설렘을 잔뜩 담아서 환영 메시지도 붙이고 미리 선물도 준비했다. 소윤이는 자기 용돈으로, 시윤이는 특별 용돈(사실상 엄마, 아빠 돈)으로. 아예 현관문을 열어 놓고 기다렸다. 덕분에 나도 함께 환영받았다.


장거리 운행을 마친 손님에게 먼저 씻도록 배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먼 길을 왔으니 얼른 들어가서 씻으라고 했는데, 다들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나보고 먼저 씻으라고 했다. 내 꼬라 아니 모습이 그렇긴 했다.


‘빨리 좀 씻고 왔으면’


하는 생각을 유발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꼬락 아니 모습이었다. 손님들을 뒤로하고 내가 먼저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다들 반가워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나자마자 서로의 선물을 교환하며 바로 판(?)을 벌였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오랜만의 만남의 기쁨을 표현했다.


“와, 가영아. 이게 얼마 만이야”

“그러게. 진짜 얼마 만이냐”


여름휴가 때 봤으니까 4개월 만이었다. 아내들의 말투와 억양은 4년 만에 보는 사람들 같았지만 4개월 만이었다. 4개월이든 4년이든 반가운 건 반가운 거니까.


하루 종일 아내를 힘들게 했던, 힘들게 한 정도가 아니라 아내를 녹초로 만들었던 서윤이는 없었다. 신분을 감추고 이중의 삶을 사는 비밀 요원처럼 그저 잘 웃고 애교 많은 막내딸만 있었다.


아이들은 시간을 잊고 반가움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른들도 시간을 잊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거고. 이전에도 없었고. 내일을 기약하며 아이들을 한 방에, 각자 자리에 눕혔다. 먼 거리를 온 Y의 자녀들은 금방 잠들었는데 오히려 소윤이와 시윤이가 안 잤다. 몇 번이나 일어나서 장난치고 까불거리고.


어른들은 바로 야식과 함께 수다 시간을 준비했다. 순대볶음의 본고장 신림동에서 공수한 백순대볶음과 해물파전이 오늘의 야식이었다. 나는 내일 출근이라 ‘너무 늦게 자면 안 되는데’라고 계속 생각하긴 했는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2시가 넘어서 누웠다. 과연 내일 회사에서 무사할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침에 차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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