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5(목)
저녁에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보통 수요일에 하는 축구가 이번 주는 목요일, 그러니까 오늘이었다. 두 일정이 겹치는 상황에서 난 축구에 가기로 했다. 온라인 모임을 빠지는 게 다소 거리낌이 있긴 했지만 축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아무런 일이 없을 때도 애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게 힘든데 남편 없이,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모든 걸 끝내야 하면 상상 이상으로 바쁘고 힘들 거다. 그런 아내에게 미안해서 퇴근하고 잠깐이지만 집에 들렀다(미안할 짓은 하지 말라고 배웠거늘). 아침에 축구 가방을 챙겨서 나가기도 했고, 아내도 ‘집에 들르지 말고 바로 축구하러 가도 괜찮다’고 얘기를 했지만 죄스러운 마음에 일단 집에 들렀다.
평소에 비해 엄청 서둘렀는지, 집에 도착했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는 이미 저녁을 다 먹고 씻기 직전이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도울 일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금방 나가야 했으니까. 그래도 괜히 미안한 마음에 뭐라도 하려고 껄떡댔다.
“소윤아, 시윤아, 서윤아. 잘 자고”
“아빠. 내일 보자여”
“그래”
아내는 모임 시작 시간 직전에 세 녀석을 모두 재우고 나왔다고 했다. 아내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하는 의미로 뭐라도 사다 주려고 했다. 축구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내가 속삭이며 말했다.
“여보호. 나하 하지힉 모히힘 중히햐하”
“어, 알았어”
잠시 후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아, 이제 끝났어”
“아, 그래? 오래 걸렸네”
“어. 그러게”
“여보. 고생했네.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어 없어. 괜찮아”
“하겐다즈?”
“아니. 괜찮아. 그냥 와도 돼”
“진짜?”
“어”
아내가 거절하는 이유는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조그만 아이스크림 하나가 5,000원 가까이하는 게 아까워서라는 걸 난 알고 있다. 편의점에 들러서 작은 하겐다즈 하나를 샀다. 역시나 아내는 막상 하겐다즈를 보니 환하게 웃었다.
아내는 씻고 나와서 소파에 앉은 내 옆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아, 그래도 맛은 봐야지”
가장 작은 크기였는데 ‘맛만 본다’는 건 얼마나 먹겠다는 건지 궁금했다. 일기도 쓰고 수다도 떨다가 자러 들어갈 시간이 돼서 주변을 정리하는데 빈 하겐다즈 곽이 보였다. 아이스크림은 하나도 없었다.
‘아, 아내가 맛을 아주 확실하게 제대로 봤구나’
역시. 커피, 빵, 하겐다즈는 거절해도 사 오는 게 항상 옳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