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4(수)
오랜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일상의 첫날, 아내는 오전에 목장 모임이 있다고 했다. 온라인이라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바람에 엄청 바빴다고 했다. 거기에 마침 그때 서윤이가 똥을 싸는 바람에 더더욱. 그냥 똥 닦아주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인데 요즘은 서윤이가 자꾸 버둥거린다. 서윤이를 한 팔로 안고 세면대에서 씻기는데 다리를 굽히지 않고 자꾸 곧게 편다. 몸을 웅크려서 엉덩이의 높이를 최대한 낮춰야 수월한데 자꾸 몸을 펴는 거다. 아무튼 굉장히 고생스럽다.
오후에는 형님(아내 오빠)네 집에 갔다면서 사진을 보냈다. 아이들의 외숙모가 생일이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가 외숙모의 생일을 너무 축하해 주고 싶어 해서 갑작스럽게 갔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문구점에 가서 선물도 샀다. 받는 이에게 정말 필요한 선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소윤이와 시윤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고 있다. 장모님도 오셨고 형님도 잠깐 봤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집에 와서
“할머니도 보고 삼촌도 봤다여”
라며 자랑하듯 얘기했다.
애초에 늦은 시간에 간 거라 돌아오는 것도 빠르기 어려웠다. 그나마 최대한 서두르는 게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추는 정도였다. 아내와 나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아내가 오면서 미리 시켜 놓은 저녁 음식을 찾아서 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불고기 볶음밥, 아내와 나는 쭈꾸미 볶음밥.
주차장에서 만나서 함께 올라왔는데 카시트에 앉은 서윤이가 나를 애타게 불렀다.
“아빠아아아아악. 아빠아아아아아악”
며칠 동안 내내 같이 지냈다고 좀 더 각별해졌나. 아무튼 애타게 부른 만큼 안기는 것도 팍 안겼다. 이럴 때 기분이 정말 좋다. 서윤이가 나를 원하는 느낌이 진하게 느껴질 때.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면서
“여보. 설거지는 그냥 놔둬. 내가 나와서 할게. 알았지?”
라고 얘기했다. 나도 알았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따를(?) 생각도 있었고 그냥 내가 할 생각도 있었다. 내가 하려면 아내가 들어가자마자 싱크대 앞으로 가야 한다. 소파에 앉는 순간, 싱크대 앞까지 가는 길은 천리길이 된다. 난 소파에 앉아 버렸고 역시나 싱크대 앞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그래도 결국 내가 하긴 했다. 아내가 애들을 일찌감치 재우고 나왔으면 아내가 하기도 했을 거고 나도 덜 미안했을 거다. 안타깝게도 아내는 아주 오랜 시간을 있다가 나왔다. 한숨 자고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언제나처럼 재움을 당하고 나왔다). 재우다 시간 뺏긴 것도 허무할 텐데 나와서 설거지까지 쌓여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안 좋을까 싶어서 아내가 나오기 전에 부지런히 했다. 혹시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내일 보면 더 기분이 안 좋지도 모르니.
태산처럼 많은 수많은 집안일 중에 고작 힘을 보태는 게 설거지인데, 그쯤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