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강화 여행, 1일차

21.12.04(토)

by 어깨아빠


처가 식구들과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다. 형님(아내 오빠)네 출산이 얼마 안 남아서 그전에 가는 마지막 여행이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당연히 눈을 뜨자마자 언제 출발할 건지, 곧 출발할 건지 계속 물어봤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움직였는데 예상한 것보다 늦었다. 집에서 나오는 것도 조금 늦었지만 나와서도 여기저기 들른다고 더 늦었다.


점심 먹을 식당에서 만났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형님네 부부는 먼저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너무 신이 나서 벌써부터 방방 뜬 모양이었다. 요즘 매 끼니마다 알아서 잘 먹기도 하지만 다 먹고 나서 보면 전쟁통처럼 난리를 펼쳐 놓는 서윤이는, 장인어른이 맡아 주셨다. 요즘 다들 서윤앓이 때문에 고생(?)이다. 서윤이는 숨만 쉬어도 사랑받는 아기 때를 지나 조금만 새로운 걸 해도 모두가 환호를 보내는 시기를 살고 있다. 아내와 나야 매일 실물을 보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감질나게 접하는 가족들은 서윤이를 향한 그리움이 매우 크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는.


입실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카페도 들렀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인테리어가 아주 예쁘고 볕도 잘 들어오는 데다가 커피까지 맛있는 좋은 카페였다. 아내에게는 빵까지 맛있어서 더 좋은 카페가 됐다. 서윤이는 최근에 처음 먹어 본 딸기 과자를 먹을 때까지는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었고 다 먹고 나니 바로 의자에서 꺼내 달라고 했다. 역시나 장인어른이 서윤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셨고 나중에는 소윤이와 시윤이까지 장모님과 함께 나갔다. 형님네 부부와 우리 부부만 남아서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숙소에 가기 전에 시장에 들르시려고 했다. 당연히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구경도 할 생각이셨는데 의외로 소윤이와 시윤이는 시장에 안 가고 숙소에 남고 싶다고 했다. 아마 ‘숙소’ 그 자체를 향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아내는 숙소에 잠깐 들렀다가 바로 나갔다. 형님네 부부는 방에 들어가서 잠시 눈을 붙였고 난 세 남매와 함께 거실에서 놀았다. 장기판이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장기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궁금해했지만 ‘아직 소윤이와 시윤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워’라며 벽을 쳤다. 그러다 문득 ‘혹시 모르지. 내 자녀 중에 장기 영재가 나왔을지 어떻게 알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윤이와 시윤이를 앉혀 놓고 길과 규칙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아, 장기 영재는 없구나’


확신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언젠가 자녀들과 장기나 체스를 두는 날이 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기를 조금 가르쳐 주다가 내가 너무 지쳐서 알까기로 선회했다. 서윤이의 방해를 막으며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장기판이 엎어지는 사태만은 막으며 무사히 끝까지 마쳤다.


형님네도 깨서 나오고 장인어른과 장모님, 아내도 시장에서 돌아왔다. 그 뒤로는 아이들 보는 것에 크게 힘을 쏟지 않았다. 알아서 잘 놀기도 했고 봐 줄 사람도 많았고. 다만 서윤이는 오늘도 뜬금없이 나에게 와서 안기거나 나를 찾을 때가 많았다. 이제 좀 그만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시로 하는 아내는 모르는, 찾아 줄 때의 기쁨을 만끽했다.


저녁에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모임 일정과 겹쳤다. 빠질 수는 없어서 우리 가족만 방에 들어가서 모임에 참여했다. 그래도 다른 날보다 훨씬 짧게 끝났다. 얼른 나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와 놀고 싶어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소윤이와 시윤이는 모임이 끝나자 바로 뛰쳐나갔다.


서윤이는 자기 전까지 모든 가족들의 가운데 서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애교도 부리며 사랑을 받았다. 형님네 아기가 태어나면 물려주게 될 왕좌의 자리를 만끽하는 마지막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내가 무척 피곤해 보였다. 서윤이 재우러 들어가면 바로 잠들 것 같아서 내가 재우겠다고 했다. 아내에게도 말했지만 서윤이에게도 말했다.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잘까?”

“응”


얘가 못 알아 들었나 싶어서 몇 번을 더 말했다.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자자? 엄마는 빠이하고?”

“응”


대답은 그렇게 해도 막상 엄마와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면 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의외로 서윤이는 순순히 단 한 방울의 눈물도 없이 나와 함께 방에 들어가서 얌전히 누웠다. 오히려 눕고 나서 기분이 좋은지 자꾸 돌아다니면서 장난을 쳤다. 그래도 금방 잠들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장모님이 데리고 들어가서 재웠는데, 엄청 한참 있다 나오셨다.


보일러로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나마 거실에는 온기가 좀 돌았는데 아이들 자는 방은 너무 추웠다. 어른들의 수다를 마치고 모두 자려고 할 때 아이들을 방에서 데리고 나왔다. 물론 내가 안고. 소윤이를 안을 때는 신음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하긴 서윤이를 안으면서도 가끔 그런 소리를 낼만큼 몸이 낡기도 했다.


형님네 식구 빼고 모두 거실에서 자는 셈이 됐다. 날이 밝고 아이들이 깨면 깊은 잠을 자는 건 어렵겠다고 각오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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