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쓰고의 매력적인 맛

21.12.03(금)

by 어깨아빠

아침에 아내와 아이들이 막 일어났을 때, 통화를 했다. 아내의 목소리에서 뭔가 신나고 기대하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피로에 찌들고, 지치고 지친 목소리였다. 아내가 괜히 안쓰러웠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전부터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다고 했다. 아내가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만한 시간에 성경 말씀을 하나 보냈다. 우리의 자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고 선물 같은 존재인지, 또 우리를 얼마나 든든하게 해 주는 존재인지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아내도 잘 아는 구절이었다.


“힘내”


간단하지만 진심의 격려와 함께.


아내와 아이들은 처치홈스쿨 모임을 마치고 장만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계속 집에서 보냈다.


퇴근하고 나서도 아주 잠깐, 아이들과 저녁만 먹고 바로 또 집에서 나왔다. 교회에 가야 했다. 싱크대에는 아내가 먹다 만 라떼가 있었다.


“여보. 라떼 남겼네? 얼음이 다 녹았다”

“여보. 여유롭게 마실 수가 없었다. 내가 그것만 마시면 서윤이가 와서 자꾸 뭘 달라고 해서”


예배를 마치고 카페에 들렀다. 아내는 이미 커피를 마셨으니 감흥이 덜 할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모든 걸 끝내고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는 또 다를 테니까. 대신 아이리시 라떼를 샀다. 아내는 내 손에 들린 커피를 보고 역시나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하겐다즈를 봤을 때와 크게 차이가 없는 반응이었다.


“애들은? 금방 잤어?”

“여보. 나 오늘 완전 달렸어”

“왜?”

“나 셋 다 씻겼잖아”

“샤워?”

“어. 대단하지?”

“대박이네”

“다 씻고 그러니까 아홉 시 반이더라”


배우자가 있어도 샤워야 어차피 한 명이 맡지만, 씻겨서 내보내는 것과 씻겨서 같이 나가서 챙겨야 하는 건 꽤 차이가 크다.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고. 낮에 이미 맛있는 라떼를 마신 아내가 또 커피를 반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내는 다시 커피를 갈망하기에 충분한, 고된 저녁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서윤이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순순히 아내의 말을 따르지 않고 버티는 서윤이를, 아직은 어쩌지 못한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조심하면서 구슬려야 하는데 아직 말이 통하는 듯 안 통하는 시기라 마음먹고 꼬장 아니 고집을 부리면 노동 강도가 급상승한다. 사실 소윤이와 시윤이야 뭐 시간이 걸릴 뿐, 샤워한다고 힘들 게 하는 건 없다.


“아, 금요일은 너무 힘들어. 아침에는 너무 바쁘고”

“거기에 일주일의 피로도 쌓였고”

“맞아”

“저녁에는 또 혼자고”

“그렇지”


육아로 고단한 몸과 마음을 커피로 달래면서 또 잔뜩 찍어 놓은 아이들 사진을 보며 둘이 어쩔 줄 모르고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과자는 단짠단짠, 육아는 단쓴단쓴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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