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9(목)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에 잠시 장모님에게 다녀온다고 했다. 오전에 온라인 기도 모임을 마치고 나서 꽤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 간단히 커피만 한 잔 마시고 온다고 했다. 그야말로 서로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잠깐 얼굴만 보고 오는 만남이었나 보다. 아내와 아이들은 정말로(?) 잠깐 다녀왔는지 내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서윤이는 오늘도 아들이라는 오해 아니 확신을 당했다(?)고 했다. 심지어 자주 봐서 서윤이가 딸이라는 걸 여러 번 들으신 카페 사장님께.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오늘 서윤이의 옷차림이 유독 아들 같다고 생각한 아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와, 서윤아. 오늘 유난히 아들 같아 보이네”
“네? 아들 아니었어요?”
“네, 딸이에요”
매번 새로운 유형의 확신을 당하는 서윤이의 머리카락아. 내일도 힘내라.
내 동생 집에 있는 아기 침대를 형님(아내 오빠)네로 옮겨 줘야 했다. 퇴근하고 바로 동생 집으로 갈까 싶기도 했는데 잠깐이라도 아이들 얼굴을 못 보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애들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었다(축구하러 갈 때는 애들 얼굴 안 보고 바로 간 적도 많으면서). 괜히 퇴근 시간에 움직였다가 막히는 것도 걱정스러웠고.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아이들 눕는 걸 보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역시 집에 들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세상 그 누가 나를 이렇게 환영해 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퇴근할 때마다 한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를 부러워했다. 사촌 동생(나의 조카)을 보니 좋겠다면서. 아기 침대 운송을 위해 2시간 넘게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저녁 먹고 아내와 아이들이 자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마쳤을 때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서 나왔다.
다행히 차는 안 막혔다. 덕분에 동생 집에 엄청 금방 도착했다. 조카는 자고 있어서 보지도 못했다. 거기서 형님네 집까지도 금방이었다. 낮이었으면 2배는 더 걸렸을 거다. 집에 들렀다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2시간은 걸렸다.
서윤이는 오늘도 자다 깨서 나왔다. 오늘은 아내가 숨고 말고 할 시간도 없이 바로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자다 깨서 나왔으니 엄청 졸릴 텐데, 서윤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빠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 기꺼이 아빠 품에도 안기고 뽀뽀도 한다. 오늘은 오히려 아내가 아니라 나에게 안기겠다며 먼저 오기도 했다.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는 막내지만, 가만히 보면 또 막내답게 처신(?)을 한다. 함께 들어가서 방에 눕혔을 때도 엄마 옆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자는 걸 더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무조건 엄마 옆을 고수했는데.
그나저나 막내라서 잊고 있었는데 너무 맨날 깨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