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18.12.21(금)

by 어깨아빠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금요철야 예배를 드려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우리 가족,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내에게는 큰 결심이다. 보통 7시-8시에 잠자리에 드는 소윤이, 시윤이를 데리고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교회에 있어야 하니까. 거기에 나는 드럼 치느라 8시부터 9시 30분 정도까지는 함께 할 수 없으니, 오롯이 아내의 결심이자 부담인 일이었다. 몇 번 시도했었지만 생각보다 큰 에너지 소모에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었다.

아내는 일단 오늘 파주(친정)에 가서 있다가 내가 퇴근하고 나면 같이 교회에 가기로 했다. 소윤이가 차에서 기침을 갑자기 많이 하길래 걱정했는데 특별히 더 아파지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내도 시윤이 재우면서 같이 낮잠도 한숨 자고, 나름 좀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몸 상태도 더 나빠지지 않았고. 소윤이도 혹시나 싶어 재우기를 시도했지만, 자기는 낮잠은 집에서만 잘 거라는 이유를 대며 20분 동안 누워 있기만 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안 자면서 누구 닮아 가지고 언변만 좋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사무실로 데리러 나오라고 했다. 소윤이랑 같이 오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소윤이가 거절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으로 꼬셔도 안 넘어왔다고 하니 할머니가 좋긴 좋은가 보다.

멀지 않은 거리인데 한참을 오지 않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니 파주 일대를 헤매고 있었다. 어렵사리 아내와 만났고, 조금이나마 데이트를 즐기면 좋았겠지만 그럴 시간까지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아내가 예전부터 많이 얘기했던 브런치 카페에 들러 커피와 빵만 사서 바로 장모님 댁으로 갔다. 교회 가는 길에 어디 들어가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그것도 너무 정신없고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출발하기 전에 저녁도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장모님은 아내가 날 데리러 나온 사이, 애들 저녁도 먹이고 씻기기까지 하셨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둘 다 최상의 기분이었다. 아이들과 만난 후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미끄럼틀이었다가, 사다리였다가, 뜀틀이었다가, 뭐 그랬다.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놀았다.

소윤이, 시윤이 모두 차에 태우자마자 잠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밤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쾌재를 불렀겠지만, 오늘은 고민이 깊어졌다. 교회는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였고, 애들을 깨워야 할지 아니면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일단 교회 주차장에 도착해서 20여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나는 연습 시간에 맞춰 혼자 들어갔고, 아내는 여전히 차에 남아 잠든 아이들을 지켰다. 연습 시작이 8시고, 예배 시작은 9시니까 예배 시작할 때쯤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드럼을 치면서도 계속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오는지 살펴봤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찬양이 끝나고 설교가 시작될 때쯤 아내와 아이들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찬양을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자리로 갔더니 소윤이랑 시윤이는 눈에 힘이 없었다.

"뭐야? 여태까지 잔 거야?"

"어. 지금까지 잤어"

"대박이네"

"그러니까. 중간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재웠지"

"이제 우리 어떻게 하냐"

"그러게"

소윤이는 오랫동안 잠에 취한 상태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다. 시윤이는 금방 기분이 괜찮아져서 나름대로 선을 지키며, 아내 무릎 위에 앉아 놀고 그랬다. 그러다 시윤이가 갑자기 징징거리길래 아내가 안았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급격히 기력을 잃고 아내한테 안겨 있으려고만 해서 졸려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다. 오히려 소윤이는 조금씩 활력을 찾고 있었다.

설교가 끝나고 다시 찬양하러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보. 시윤이 토했어"

"진짜? 많이?"

"어. 꽤 많이"

아내 혼자, 그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처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한 20여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내가 쏟았을 노동력은 2시간 그 이상이었을 거다. 소윤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둘 데리고 화장실까지 다녀오고.(본당은 지하 2층, 화장실은 지상 1층이고 엘리베이터는 없다) 시윤이 토한 거 닦아내고 처리하느라 기진맥진이었다. 시윤이는 갑자기 딱 봐도 아파 보였다. 이마도 좀 뜨끈한 것 같고 속이 불편한지 계속 헛구역질도 했다. 그냥 막연한 느낌상 꼭 체한 것처럼 보였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소윤이는 낮잠 잘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애처럼 완전히 새사람이 되어 있었고, 시윤이는 온몸에 힘이 없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걱정이 많이 됐다. 시윤이는 정말 아기 때도 두어 번 정도밖에 토한 적이 없었고, 일반식을 먹은 뒤에는 한 번도 없었다. 겉보기에 이렇게 아파 보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단순 열감기가 아니라 뭔가 속이 불편해 보여서 더 걱정스러웠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졸리기도 엄청 졸려 보였고, 일단 재우고 내일 상태를 봐야 정확히 알 것 같았다. 시윤이는 자려고 누워서도 속이 부대끼는지 헛구역질을 계속했다. 시윤이가 잠들 때까지는 함께 누워 있었다. 다행히 금방 잠들기는 했다. 소윤이는 잠들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내는 이미 잠들었고.

"소윤아. 아빠는 나갈 테니까 소윤이는 누워 있다가 자. 알았지?"

"네"

뭐 어느 정도는 힘들 거라고 예상하고 각오했지만, 이 정도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시윤이를 키우면서 몇 번 없는 희귀한 일이 하필 오늘 벌어지다니. 아내가 금요일 밤에 애 둘을 데리고 기어코 예배를 드리고자 한 건, 뭔가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 텐데. 평안한 복귀전이길 바랐는데, 아내는 마지막 한 줌의 힘까지 쏟아내고 장렬히 전사한 혈전이 되고 말았다. 바로 다음 주가 될지, 다음 해가 될지 모르는 아내의 다음 도전은 부디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나저나 시윤이가 걱정이다. 일단 한 번 잠들고 나서는 안 깨고 계속 자고 있기는 하다. 저번에 병원에 갔을 때, 독감은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지 않고 계속 고열로 가는 거라고 하시면서, 시윤이는 아마 중이염 때문일 거라고 하셨다. 오늘도 독감의 느낌은 아니고, 체기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적이 없으니 걱정스럽다. 아침에 상태 봐서 병원에 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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