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잠옷 차림이라는 건

21.12.21(화)

by 어깨아빠

원래 처치홈스쿨 하는 날이지만 당분간 방학이라 아내와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 나가야 하는 일도 없었고 나갈 일을 만들지도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잠옷 차림 그대로 퇴근하는 나를 맞이했다. 마침 화요일 저녁마다 있는 목장 모임도 오늘은 쉬었다. 아내에게도 미리 말했는데 아내는 잠시 잊었는지 8시가 되자 놀라며 얘기했다.


“여보! 목장 모임!”

“오늘 없다니까?”

“어? 왜?”

“오늘 집사님이 쉬자고 했다니까. 그때 얘기했잖아”

“아 그랬나? 다행이다”


여러 면에서 다행이었을 거다. 왠지 모르게 시간에 쫓기던 것에서 자유롭게 된 것, 남은 시간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남편을 얻은 것. 잠옷 차림으로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낸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또 괜히 안쓰러웠다.


“소윤아. 이리 와 봐”

“아빠. 왜여?”

“엄마한테 가서 혹시 오늘 저녁에 나가도 되냐고 물어봐봐”


소윤이는 갑자기 이게 웬 횡재냐는 듯 통통 튀며 아내에게 가서 얘기했다.


“엄마. 아빠가 오늘 저녁에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시는데여?”


아내는 자기도 바람이 좀 쐬고 싶다면서 흔쾌히 나가자고 했다. 겨울이라 입어야 하는 옷이 많아서 외출 준비가 조금 더 번거롭다. 서윤이는 간단하게 내복 위에 두꺼운 우주복 하나만 입혔다. 소윤이는 알아서 척척 입었고 시윤이는 양말 하나 신는 것도 버거워 했다.


정말 바람만 쐬고 돌아왔다. 오늘은 아내가 빵도 안 사서 아무 데도 들르지 않았다. 동네를 좀 돌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잠깐 놀이터에 머물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그네를 탄다고 했다. 서윤이는 중간에 내려서 걷겠다고 하길래 내려줬더니 조금 걷다가 다시 유모차에 타겠다고 했다. 아직 걷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언니와 오빠가 그네를 타는 걸 보자 서윤이는 다시 내려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내 손을 잡고 순순히 놀이터를 걷기만 했지만 조금 뒤에는 미끄럼틀에 올라가겠다고 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밤에, 곧 들어갈 건데 서윤이의 몸을 더럽히는 게 아까웠다.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하고 들어가자고 했더니 펑펑 울었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이제 들어가자. 서윤이가 너무 속상해한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가 고작 30-40분 정도 나오는 걸로 소윤이와 시윤이의 욕구가 모두 분출이 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막 뛰어다니는 걸 보니 내가 다 후련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을 텐데 아내는 여전히 안쓰러웠다. 어제 저녁 먹으면서 갑작스럽게


“소윤아, 시윤아. 엄마 나갔다 오라고 할까?”


라고 물어봤는데 아내가 먼저 사양했다.


“여보. 괜찮아. 그리고 이제 9시까지라 지금 나가 봐야 바로 들어와야 돼”


영업시간 단축으로 자유 부인의 기회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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