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헬스가 문제일까

21.12.22(수)

by 어깨아빠

얼마 전에 받은 건강 검진의 결과가 나왔길래 아내에게도 보냈다. 아내는 잠시 후 관련된 자료와 함께 헬스장 이야기를 했다. 워낙 기본적인 것만 하는 검사라 이걸로 ‘검진을 끝냈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어쨌든 큰 이상은 없었다. 다만 과도한 체중으로 인한 높은 BMI 지수와 여기서 촉발되는 경미한 신호(살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돌려 돌려서) 정도가 발견됐다.


아내는 갑자기 집과 사무실 근처에 있는 헬스장을 알아보고 몇 군데는 전화까지 했다고 했다. 헬스장이 문제가 아니요 나의 의지와 먹는 것을 통한 즐거움이 문제니 진정하라고 했다. 하긴 요즘은 나도 건강이 신경 쓰이긴 한다. 그동안 젊음을 먹이 삼아서 몸을 함부로 굴렸다는 생각도 든다. 걱정도 되고. ‘빈속에 뭐 먹으면 안 된다’, ‘빈속에 찬 거 마시면 안 된다’ 이런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사무실에 가면 일단 따뜻한 차를 마신다. 내 스스로도 놀랍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당연한 변화다. 아내와 아이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보려면 노력해야 한다(일단 살을 빼는 게 최우선일 테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형님(아내 오빠)네 집에 갔다 왔다고 했다.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는데 영상 통화하다가 아이들이 너무 가고 싶다고 했고, 형님네도 시간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가게 됐다고 했다. 아주 잠깐이었다고 했다.


서윤이는 영상 통화할 때는


“따똠. 따또오오오옴”


하면서 반갑다고 난리더니 막상 삼촌을 만나면 조금의 접촉도 허락하지 않고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고 했다. 삼촌을 좋아하는 건 분명하고 가족으로 인식하는 것도 분명한데 왜 안 갈까. 일부러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 곧 자기 사촌 동생(삼촌의 아들)이 태어나면 찬밥 신세가 된다는 걸 모르나 보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 하는데. 그래도 나에게는 잘 오니 다행이다. 오늘도 아내가 저녁을 다 차리기 전까지 계속 내 무릎에 앉아서 놀았다.


시윤이는 어제부터 코맹맹이 소리가 좀 나더니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시윤이는 소윤이와 다르게 코가 막히는 게 매우 드문 일이다. 자주 겪는 일이 아닌 데다가 불편한 걸 유난히 견디기 어려워하는 시윤이는, 코 막히는 걸 무척 괴로워했다. 소윤이도 코가 많이 막혔다. 한약을 먹고 있는데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난 애초에 금방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좀 길게 보고 차츰 나아지길 기다려야지”


한약을 먹으면 바로 효과를 볼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내 말을 듣고 보니 또 아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소윤이는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갔을 때도 막히는 코 때문에 깊이 못 자는 듯했다. 잠결에도 괴로워서 신음 소리를 내고 그랬다.


소윤이 옆에 누워서 (내가 선택한 건 아니었고 거기가 비어 있었다) 소윤이 손을 잡고 자려고 했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내가 내 옆쪽으로 와서 누웠다. 바로 소윤이 손을 놓고 아내에게 붙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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