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송이는 못 참지

21.12.30(목)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늘도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러 가야 했다. 낮에, 아이들과 함께 간다는 게 어제와 다른 점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후에 갔다 온다고 했다. 퇴근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은 그제서야 출발한다며 연락을 했다.


“여보. 오늘은 외식이야”

“밖에서? 아니면 사서 집에서?”

“음, 글쎄. 그건 안 정했는데 아무튼 집에는 밥이 없어”


아내는 쭈꾸미는 어떠냐고 물었다. 거부감이 들었다. 가서 먹으면 맛있기도 하고 의외로 수월하게 먹을 때도 있는데, 뭔가 뇌리에 박힌 기억이 강렬한가 보다. ‘오늘은 그렇게 정신없게 먹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과 함께 단칼에 거절을 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우동 가게에 가기로 했다. 아내가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했다. 난 새로 생긴지도 몰랐다. 아무튼 아이들과 먹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무엇보다 쭈꾸미처럼 정신없지 않을 것 같았고.


난 이미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차는 두고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갔다. 아내와 아이들도 금방 도착했다. 소윤이, 시윤이와 인사를 나누는 그 짧은 순간에 서윤이는 자기도 있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빠아아아아아악. 아빠아아아아아아악”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모(아내의 아는 동생)네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얘기했다. 그중에 칭찬받아 마땅한 일도 있었다.


이모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에게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잔뜩 꺼내줬다. 보통 우리 집에서 제공되는, 아주 제한적이고 한정된 양과는 다른 어마어마한 양으로. 왕창 꺼내서 주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식이었다. 물론 아내가 옆에서 적당히 절제를 유도하긴 했다. 그런 와중에 초코송이가 등장을 했는데 이미 군것질을 많이 한 뒤라 그건 안 먹기로 했다고 했다. 이모의 딸인 소윤이의 친구는 약속을 어기고 초코송이를 뜯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끝까지 그걸 꾹 참았다는 거다.


“소윤아, 시윤아. 엄청 먹고 싶었을 텐데 왜 안 먹었어?”

“엄마랑 안 먹기로 했으니까여”

“안 먹고 싶었어?”

“먹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여”


사실 초코송이는 과자 고르라고 하면 열 번 중에 여덟, 아홉 번을 고르는 아주 좋아하는 과자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나름대로 절제의 실천이자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와, 소윤이 시윤이 대단하네. 기특하네. 밥 먹고 아빠가 초코송이 사 줄게”


진심으로 기특해서 사 주는 선물이었다.


역시나 우동은 쭈꾸미보다 훨씬 편안한 음식이었다. 추운 날씨와 궁합도 찰떡이었다. 모든 게 아내와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새로운 외식 후보지가 하나 늘었다.


다 먹고 나와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초코송이 하나와 오레오 하나를 골랐다. 굉장히 이례적으로 차에 타기 전에 초코송이를 나눠서 소윤이와 시윤이게 줬다.


“집에 가는 동안 먹어”


차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지만 오늘은 예외를 적용했다. 기껏 사 주고 ‘내일 먹어’라고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고, 그렇다고 집에 가서 먹으라고 하자니 너무 늦어질 것 같고. 아이들의 기분과 아내와 나의 편의를 모두 고려한 묘안이었다.


집에 와서도 소윤이와 시윤이의 행동을 칭찬했다. ‘이게 그렇게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일에도 폭풍처럼 칭찬하라고 배웠으니 실천했다. 뭐 내 생각에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기도 했다. 순간의 유혹을 참고 절제하면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긴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기도 했다.


언제나처럼 부모인 나도 잘 못하는 걸 가르치며 내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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