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감사했더니 축구까지 했네

22.01.09(주일)

by 어깨아빠

서윤이가 퇴원을 하고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빨리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 주신 것에 대해 마음껏 감사하고 싶었다. 또 여전히 남은 불안 때문에 두려운 내 마음이 교회에 가면 평안해질 것 같기도 했다. 몸과 마음의 큰 부담을 주는 큰일을 치른 자녀가 부모의 품에 안겨 울고 싶은 심정이랄까.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내려줬다. 근처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교회로 가는데 나도 모르게 뛰었다.


기도하고 첫 찬양을 부르는 순간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예배 시간에는 보는 눈이 많아도 합법적으로(?) 울 수 있다. 서윤이는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다. 38년을 살면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운 적이 있나 싶다. 이건 뭐 틈만 나면 흐르네.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많은 분들의 인사를 받았다. 병원에 있을 때 직접 전화를 주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아내와 내가 모르는 분들도 와서 안부를 물으셨다. 서윤이는 괜찮은지 물으시고, 아내와 나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시고, 큰일 없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고, 계속 기도하겠다고 하시고. 우리(아내와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분들이 오셔서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시고 기도하셨다고 하는 게 큰 감동이었다.


“여보. 진짜 너무 감사하네”

“그러니까. 아니 정말 누군지도 모르는 분까지 오셔서 그러니까”

“진짜 너무너무 감사하다”


그 여운은 오래 이어졌고, 앞으로도 잊지 않고 머리와 가슴에 새기자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사모님과 대화를 나눴다. 입원했을 때 여러 번 전화도 주시고 격려도 해 주셨다. 퇴원하고 경과를 전할 때 여전히 나의 불안한 마음도 고백했었다. 사모님은 오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집사님. 괜찮을 거예요. 별일 없을 거예요. 중요한 건 미리 감사하고 믿음으로 선포하는 거예요. 알았죠? 미리 감사하고 선포하세요”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사모님의 그 한마디가 정말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불안이 조금 옅어지기도 했고 난 의지를 발휘해 불안을 물리치기로 결심했다.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서윤이의 경련을 겪으면서 잊지 못할 장면이나 기억이 참 많지만 가장 선명하게 오랫동안 남을 것 같은 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윤이가 경련하는 순간의 그 모습, 또 하나는 교회와 교회의 성도님들에게 받은 사랑. 전자는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을 거고 후자는 잊혀도 매번 선명하게 새길 거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준비하며 쉬는데 소윤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빠. 오늘은 축구 어디서 해여?”

“어? 축구? 아빠 오늘은 안 가는데?”

“왜여?”

“음, 그냥”


소윤이와 나의 대화를 듣던 아내가 얘기했다.


“여보. 오늘 축구 안 간다고?”

“어”

“왜?”

“뭐 그냥”

“서윤이 때문에? 걱정돼서?”

“뭐 그런 것도 있고. 그냥 애초에 아예 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갔다 와. 서윤이 괜찮을 거야”

“아니야. 괜찮아. 오늘은 진짜 갈 생각 없었어”


조금 있다가 아내가 또 얘기했다.


“여보. 오늘 진짜 안 갈 거야?”

“진짜 갈 생각을 안 했는데. 왜?”

“아니, 가서 스트레스도 좀 풀고 오라고. 이번 주에 고생했으니까”

“고생은 뭐 나만 했나”

“그래도. 여보 축구하면 스트레스 풀리잖아”

“나 스트레스 없어”

“아니, 여보 축구 좋아하니까”


정말 고민조차 안 하고, 아니 축구 생각이 끼어들 공간이 없었다. 내 머리와 마음에. 아내가 거기를 비집고 축구의 공간을 마련한 거다. 아내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축구를 하게 됐다. 쉬는 시간마다 수시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아내에게 연락이 왔을까 봐. 다행히 연락은 없었다. 아내의 도움으로 실컷 뛰고 왔더니 한층 더 깊숙하게 이전의 일상에 젖은 기분이기는 했다.


집에 오면서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줄 작은 선물로 빼빼로를 샀다. 나가기 전에 미리 물어봤고 소윤이가 빼빼로를 말하자 시윤이도 빼빼로를 얘기했다. 시윤이는 아직 잘 모르겠고, 소윤이는 꼭 큰 선물이 아니고 아주 작고 사소한 선물이어도 ‘선물’을 받기만 해도 생각 이상으로 행복해하고 좋아한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오늘의 마지막을 즐겼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집에 있는 김과 김치, 깻잎, 참치로 아주 소박한 상을 차려서 먹었는데 일품이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앉아서 평화로이 식사하는 게 무척 오랜만이었다. 비정상적이지 않고 혼란스럽지 않은 모든 상황이 감사 그 자체였다.


주말이 끝나고 내일이 되면 뭔가 더 확실히 장면이 전환된 느낌이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서윤이의 경련의 그늘 아래 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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