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 줘야 먹던 삶이 발라 주느라 먹지도 못하는 삶으로

22.01.10(월)

by 어깨아빠

“서윤이 잘 지내?”


아내는 맛있게 바나나를 먹으며 웃는 서윤이 영상을 보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여보는 괜찮고?”

“응. 밥을 못 먹음”

“한 끼도?”

“응. 이제 서윤이 재우고 나와서 밥하는 중. 아침에 애들 주고 나니 밥이 없어서”

“점심이라도 잘 챙겨 먹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게 아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챙겨 먹고 싶은 대로 챙겨 먹을 수만 있어도 전 세계의 수많은 육아 우울증 엄마들이 우울감에서 해방될 거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그렇게 잠깐의 밥 먹는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반복이 되다 보면 아예 식욕이 사라질 때도 많고. 스님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고, 애들 끼니 챙기다 자기 끼니 거르는 일이 허다하다.


아내는 생존을 위해 집에 있던 컵밥을 데워서 먹었다고 했다.


“정말 맛없다. 중화게살덮밥”


먹어 보지 않았지만 어떤 맛일지 상상이 됐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려운 아내를 위해, 장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리 말씀을 안 하시고 깜짝 방문을 하셨다고 했다. 저녁으로 대구탕을 끓이셨다고 했다. 크게 고생한 서윤이의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특별 보양식이었다. 대구 말고 전복도 들어갔다. 난 아내가 맑은 생선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아내는 있으면 먹지만 막 맛있고, 먹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아내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생선 가시 발라 먹는 게 너무 귀찮더라”


가시를 발라내지 않아도 되는 생선 요리는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기 손으로 가시를 발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항상 장모님이나 장인 어른이 발라 주셨다고 했다. 그랬던 아내가 아이들 먹일 때는 하루 종일 손에서 비린내가 날 정도로 생선을 붙잡고 씨름을 한다. 나도 밖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을 음식을 고를 때 ‘생선’은 본능적인 거부감이 먼저 튀어나온다. 맛은 있지만 맛을 느낄 겨를이 없도록 만드는 게 생선 요리다. 아무튼 덕분에 장언어른과 나만 호사를 누렸다.


하루 종일 아이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특히 서윤 앓이가 심했다. 서윤이도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3일 내내 한순간도 안 떨어지고 붙어 있었다. 각별한 정이 쌓인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랬나 보다. 서윤이는 포옹과 뽀뽀를 갈구하는 나에게 무척 새침하게 굴었다. 서윤이에게 퇴짜를 맞은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소윤이와 시윤이가 대신 와서 품에 안겼다. 여우 같은 서윤이는 그걸 보면 또 자기도 쪼르르 와서 안겼다. 반가워서 품에 끼면 또 팔딱거리면서 풀어 달라고 그러고.


“서윤아. 너 아빠하고 보낸 시간 다 잊었어?”


오히려 엄마를 더 찾는 듯했다. 잠시라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서윤이도 엄마가 엄청 그리운 시간이었나 보다. 서윤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지는 것처럼 ‘엄마 껌딱지’ 증상도 심해진 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윤이는 더 나아졌다. 어제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보다 더 정상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