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4(금)
아침에 나와서 회사 근처에 차를 대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서윤이 꿈을 꿨다. 내가 서윤이를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윤이가 경련을 하더니 엄청 많이 토했다. 경련보다 경련하기 전의 그 ‘전조’가 너무 생생했다. 경련이 끝나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처럼 돌아온 모습에 굉장히 혼란스러운 와중에 꿈에서 깼다. 꿈은 생생했지만 깨고 나서도 감정이 이어지고 그러지는 않았다. 경련의 순간만큼이나 경련 직전의, 그 짧은 순간의 ‘전조’가 여전히 생생하고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아내는 오늘도 무척 바빴다. 지난번에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온 소아과에 다시 갔다. 작은 선물을 다시 사서. 아내와 내가 이렇게 감사해 하는 건 꼭 그날 서윤이 일만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니다. 평소에도 엄청 세심하게 잘 살피고 자세히 얘기를 해 주신다. 시간당 진료 환자를 최대한 늘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 아주 길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유형이 다르겠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아주 좋은 의사 선생님이다. 서윤이가 경련했을 때도 먼저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셨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자신이 진료했던 아이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묻는 의사 선생님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대처하는 방법, 여러 가능성에 관해 아주 친절하고 자세히 얘기해 주셨다고 했다.
병원에 다녀와서는 중고거래를 하느라 바빴다. 내일 아이들을 데리고 얼음 썰매장에 갈 생각인데 그때 입힐 스키 바지와 부츠 등을 급히 샀다고 했다. 중고거래를 마친 뒤에는 마트에 갔다고 했다. 소윤이가 맛있다면서 꼭 사자고 했던 핫도그를 사러. 아내는 핫도그 하나 사는 거였지만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물론 서윤이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이제 어디를 가도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내려서 걷고 아니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서윤이와 함께라면, 그 어디든 고단한 육아의 현장이다.
아내는 나의 퇴근 시간이 되도록 밖이었다.
“여보. 우리는 오늘 외식이에요”
“그래. 어디서?”
“하루애 갈 거에요”
“아, 좋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다. 원래 굉장히 좁았는데 자리를 옮기면서 넓어졌고, 옮긴 뒤에는 오늘 처음이었다. 서윤이를 데리고 먹기에 한결 수월할 정도로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서윤이 하고는 뭘 먹어도 전쟁통 같지만 그래도 돈까스는 쭈꾸미 같은 음식보다는 훨씬 낫다. 아예 먹기 전에 서윤이 몫을 모두 잘라 놓고 식사를 하면 되니까.
밤에는 원래 금요철야예배에 가려고 했다. 내가 반주를 할 때는 아내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를 드리는 게 어려우니까 엄두를 못 낸다. 이번 주에는 반주를 안 해도 돼서 다 함께 예배에 갈까 싶었다. 확실히 정한 건 아니었지만 아내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기로 얘기를 했다. 막상 밖에서 저녁을 먹고 시간이 늦어지니 뭔가 피곤하고 부담스러웠다. 또 아이들도 무척 피곤해 보였다(오늘 아침에 엄청 일찍 일어났다고 했다). 아내는 나에게 결정을 하라고 했는데 난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때 아내가 얘기했다.
“여보. 고민될 때는 가자 그럼”
“그래, 가자”
가끔은 이렇게 아내가 대쪽같이 결정을 내려줄 때도 있다.
가길 잘했다. 역시나 가면 좋다. 출근도 헬스도 예배도 모두 비슷하다. 고민하면 안 되고 그냥 기계처럼 가야 한다. 일단 가면 좋다. 아, 출근은 아닐 때도 있지만 강제 실직을 경험한 뒤로는 출근 그 자체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윤이는 차에서 이미 잠들었고 시윤이는 예배 중간에 잠들었다. 오늘도 소윤이는 끝까지, 그것도 전혀 졸리지 않은 것처럼 우리와 함께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내일 얼음 썰매장 가는 걸 무척 기대했다. 소윤이는 이렇게 자기 마음을 드러냈다.
“아빠. 어제 00 이모네 집에 갔을 때 거기 주차장에 아주 조그맣게 물이 언 곳이 있었거든여? 거기서 이렇게 막 미끄러지는 것처럼 아주 잠깐 놀았는데도 엄청 재밌었어여. 근데 내일은 그것보다 훨씬 큰 얼음이잖아여. 그러니까 얼마나 재밌겠어여”
아내와 나도 기대가 컸다. 더불어 두려움도.
“내일 진짜 재밌겠다. 근데 엄청 힘들기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