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가끔 댐이 생겨요

22.01.20(목)

by 어깨아빠

서윤이 낮잠을 재우려고 하는데 서윤이가 너무 안 자서 힘들다면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서윤이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안 자려고 바득바득 버티고 있었다. 어쩜 세 아이 모두 그렇게 잠이 없는지. 이런 것도 약간 날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잠이 없다기보다는 놀기 위해 졸리고 피곤한 걸 이겨내는 유형이랄까. 주말에 더 일찍 일어나고 안 자고. 주변에 저녁때까지 잤다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어서. 지금 우리 아이들이 꼭 나 같다.


아내는 등 통증이 여전했다. 더 악화된 건 아니었지만 이미 통증이 시작될 때부터 꽤 아픈 상태였다. 아마 몸에 큰 병이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원인이 있는 건 아닐 거다. 여러 번의 출산으로 내구성이 손실되고 지속되는 육아로 휴식기 없이 계속 가동했던 게 원인이라면 원인일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주물러 주거나 두드려 주면 생각보다 시원하다. 물론 그만큼 소윤이와 시윤이의 힘이 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몸이 상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드려도 시원함을 느낄 정도라면. 그건 아내도 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서윤이도 가세했다. 서윤이의 안마는 사실 통증 완화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심리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 어설픈 발음으로 ‘이제 안 아프냐’, ‘괜찮냐’고 물으며 언니와 오빠를 따라 엄마와 아빠의 등을 두드리는 막내딸을 보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마취 효과가 생긴다. 자녀가 세 명이니까 나중에 머리, 상체, 하체 이렇게 나눠서 안마 시키면 되겠다.


소윤이는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한참 편지를 열심히 써 주다가 요즘 뜸하더니 굉장히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사실 열심히 써 줄 때 나도 열심히 답장을 써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오랜만에 편지를 받으니 또 소윤이의 성장이 느껴졌다. 글씨가 또박또박한 것은 물론이고 문장 호응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거기에 약간의 디자인 요소까지 가미가 됐다. 막바지를 향해 가던 업무 시간에, 소윤이 말대로 정말 힘이 났다.


시윤이는 편지가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자기가 쓴 편지를 전해 주는 누나를 보는 시윤이의 시선과 마음이 계속 걸렸다. 실제로 시윤이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전혀 신경을 안 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신경이 쓰인다.


‘시윤아, 너라는 존재도 아빠에게 힘이 된다. 이런 편지 안 써도’


라는 나의 마음을 느끼도록 괜히 이것저것 이유를 만들어서 더 얘기했다.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셋 중에 가장 마음 약한 게 시윤이니까. 요즘 낮에 아내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걸 보면 또 시윤이 마음이 여러모로 울퉁불퉁한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애들을 재우고 나와서 오늘 낮에 있었던, 시윤이와의 힘들었던 시간을 얘기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내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아내가 약간 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서 다 막아 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댐을 좀 열고 흘러 보내기도 하고. 아내는 ‘낮 시간의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할 때가 많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가 않다. 아내는 오늘도 방에 들어가서 거의 토로하듯 울며 기도했다고 했다.


그렇게 엄청난(?)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퇴근했을 때는 그런 기색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아내가 말해 줘서 알았지. 그래서 아내가 댐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잘 해라. 엄마한테. 잘 하자. 아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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