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4(월)
아내는 내 동생 집에 간다고 했다. 아침 일찍. (내) 엄마도 가신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일찌감치 출발했다며 연락을 했다. 재밌게 잘 놀고 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얼마 안 돼서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어, 여보”
“여보. 여기 사고 났네”
그냥 가던 길에 꽤 크게 난 사고를 보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 그걸 굳이 전화까지 해서 말해 주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뭐 크게 났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우리 차도 조금 박았어”
“어? 아 우리도 박았다고?”
“어. 심한 건 아니고”
아내가 경위를 전해줬다. 맨 뒤에서 오던 차가 가운데 차를 세게 박았고 그 차가 밀리면서 우리 차를 콩 박았다. 아내는 이런 사고를 내 본 적도 없고 당해 본 적도 없었다. 아내에게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사실 아내는 맨 앞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보험사를 부를 필요도 없었다. 혹시 모르니 사진을 잘 찍어 놓고 연락처를 받으라고 했다.
아내가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맨 뒤에 있던 차와 가운데 차는 꽤 많이 부서졌고 우리 차는 약간 까진 정도였다. 아내의 말을 들어 봐도 충격이 엄청 심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소윤이는 깜짝 놀라서 울었다고 했다. 아마 ‘사고 났다’는 아내의 말에 많이 놀랐나 보다. 소윤이가 은근히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은 구석이 있다. 꽤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아내는 상황을 잘 수습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아내는 ‘이 정도 사고인 게 감사하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까딱 잘못됐으면 큰 충격과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제로 가운데 차의 주인은 충격을 받자마자 브레이크를 엄청 세게 밟았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에게는 ‘콩’ 정도의 사고가 됐고.
아이들은 무사히 도착했고 할머니, 고모, 사촌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어제 아내가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미리 얘기를 했다.
“소윤아, 시윤아. 내일은 할머니랑 놀러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00랑 논다고 생각하고 가. 알았지?”
“왜여?”
“할머니랑은 어제도 보고 오늘도 봤고 또 할머니도 00를 챙겨 줘야 하니까. 너네도 00 보러 가는 거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사촌 언니, 오빠의 역할에 충실했는지는 모르겠다. 서윤이는 잘 수행했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는 막내인 주제에 거기서는 나름 언니라고 동생을 엄청 예뻐했다고 했다. 아내가 사촌 동생을 안아도 전혀 질투가 없었다고 했다. 반대로 00는 할머니가 서윤이를 안으면 막 울었고. 막내면서 셋째인 서윤이는 사랑을 나눠 받는 훈련을 강제로 받고 있어서 그런가.
저녁에는 바로 차 수리를 맡겼다.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시는 카센터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아내와 아이들이 쓸 렌터카도 도착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새로운 차에 매우 관심을 보였다. 관심을 보인 게 아니라 좋아했다. 아내와 나는 짐과 카시트를 옮기느라 고생했다. 애가 셋이니 뭐든 규모가 크다. 평소에는 기회만 되면 아빠 차를 탄다고 하는 녀석들이 오늘은 전혀 그런 말이 없었다. 새로운 차를 운전해야 하는 아내가 걱정이 됐지만, 역시나 아내는 내 생각보다 운전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전혀 무리 없이, 원래 운전하던 차인 것처럼 유려하게 운전했다.
저녁은 밖에서 먹기로 했다. 중국 음식은 너무 자주 먹었고, 돈까스도 너무 자주 먹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시윤이가 얘기했다.
“엄마. 저는 거기 가고 싶어여”
“어디?”
“어디냐면 그때 아빠랑 같이 우동 먹은데”
“아, 거기”
아내와 나는 시윤이의 적절한 제안에 감탄했다. 더 이상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 바로 그곳으로 정하고 출발했다.
지난번에 먹었을 때와 비슷한 음식을 같은 양으로 주문했다. 내 포만감은 3분의 1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음식은 모두 사라졌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여전히 배가 덜 찼다고 했다.
“여보. 저번에도 똑같이 시킨 거 맞아?”
“어, 맞아”
“하나 더 시켰던 거 아니야?”
“아니야. 똑같이 시켰다니까”
“그래? 오늘따라 애들이 엄청 잘 먹었나 보네”
“그러니까”
그제서야 하나를 더 시켜서 먹기에는 애매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남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집에 가면서 빵 가게에 들렀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먹고 싶은 빵을 하나씩 골랐다. 아내도 먹고 싶은 빵을 골랐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집에 오자마자 그걸 먹었다. 다 먹지는 않았지만 아마 다 줬으면 다 먹었을 거다. 요즘 둘 다 정말 많이 클 때인가 보다. 어찌나 잘 먹는지.
저녁에 많은 일을 한 덕분에 퇴근 시간이 매우 늦어졌다. 피곤하기도 엄청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