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다른 애들은 모르게 너만 알고 있어

22.01.27(목)

by 어깨아빠

이번 주 내내 바쁜 하루하루를 살았던 아내와 아이들이, 오늘은 오랜만에 한가롭게 하루를 보냈다. 아, 한가롭다는 게 집에서 나갈 일이 없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는 거지 아내가 여유 속에 지냈다는 뜻은 아니다(이제 이 정도는 웬만한 육아인이라면 알겠지?).


소윤이는 요즘 뜨개질에 꽂혔다. 장모님의 영향으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난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윤이가 뭔가 형태를 잡아가며 뜨고 있었다. 손으로 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하는 소윤이에게 아주 적당한 취미(?)가 아닐까 싶다. 매우 흥미를 가지고 뜨개질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자기가 뜨고 있는 걸 보여 주며 자랑했다.


낮에는 한가했던 대신 밤에는 조금 바빴다.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지난 화요일을 교훈 삼아 아이들을 너무 재촉하지는 않았다. 나와 아내가 모두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었다. 거기에 자녀도 참석이 가능했다(어차피 온라인 모임이라 특별히 제한을 두는 건 아니었지만). 동생들이 씻고 옷 갈아입느라 다소 정신이 없을 때 조용히 소윤이를 방으로 불렀다.


“소윤아. 오늘 엄마, 아빠 하는 줌 모임이 자녀들도 들을 수 있거든? 아빠 생각에는 소윤이가 이해하기에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한 번 들어봐. 시윤이랑 서윤이 자면 소윤이는 밖에 나오면 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았지?”


사실 소윤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긴 했다. 한편으로는 이걸 핑계로 항상 양보하고 포기하는 소윤이에게 ‘특혜’의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다.


‘이거 다른 애들은 모르게, 너만 알고 있어. 알았지?’


이런 느낌이랄까. 아내 말로는 요즘 소윤이도 부쩍 안아 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보통 동생들이 서로 엄마 품을 차지하겠다고 다투면 오히려 막내를 다독이며 상황을 중재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 소윤이가 요즘은 아내에게 안아 달라는 표현도 많이 하고 실제로도 많이 안겨 있기도 한다고 했다. 이게 일종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마치 엔진오일이 바닥을 보이면 경고등이 들어오는 것처럼. 아내도 많이 안아 주려고 노력하지만 정말 그럴 만한 상황이 안 될 거다. 아마 소윤이를 온전히 안아 주려면 모든 걸 잠시 멈춰야 할 거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시윤이와 서윤이의 말과 행동에도 반응하지 않아야 할 거다. 굳이 소윤이를 비밀스럽게 혼자 나오라고 한 이유였다.


동생들이 모두 잠들고 나서 소윤이가 나왔다. 아내도 함께 나왔다. 소윤이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소파에 앉아 있기는 했다. 소윤이는 그 시간에 자기만 깨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아했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들어가기 싫다며 애교를 부렸다. 소윤이의 애교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와 그럴 리 없다는 체념이 섞여 있었다. 아내가 소윤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소윤이가 혼자 남아서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다 늦게 들어갈 때는 혼자 들어가서 잔다.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 들여보낸다. 소윤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함께 들어가서 재워주고 싶지만 그럼 그걸로 하루가 끝이 난다. 소윤이에게 엄마,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다.


“어, 소윤아. 지금까지 엄마, 아빠랑 있었잖아. 잘 때는 혼자 들어가서 자야지. 엄마도 할 일 해야 돼”


할 일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설거지와 빨래를 비롯한 각종 집안일은 물론이고 빵 먹기, 커피 마시기, 카톡 하기, 가만히 앉아서 하루 종일 쏟아내고 방전된 몸과 마음 충전하기 등등. 어차피 그렇게 소윤이를 들여보내도 요즘은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서윤이가 깨서 나온다. 꼭. 오늘도 서윤이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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