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안 잔 사람, 조금 잔 사람, 푹 잔 사람

22.01.30(주일)

by 어깨아빠

평소에 비하면 덜 늦장을 부렸는데도 여유가 없는 아침이었다. 아내는 아이들 옷을 찾아 놓고 2박 3일 치의 짐도 쌌다. 난 아내가 찾아 놓은 아이들 옷을 입히기만 했다. 아내는 모든 걸 마치고 나서야 머리를 감으러 들어갔다. 막간을 이용해서 설거지를 했다. 이틀 뒤에 집에 왔을 때 닦지 않은 그릇이 나를 반기는 건 상상만으로도 매우 불쾌했다. 다소 속성으로 처리했다.


예배 시간에 오랜만에 서윤이를 재웠다. 아기띠도 오랜만에 했고. 이제 정말 아기띠를 잠깐만 해도 허리에 금방 무리가 온다. 허리가 낡긴 낡았나 보다. 소윤이 때는 어떻게 그렇게 주야장천 아기띠도 하고 들고 다니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소윤이도 이맘때는 힘들었는데 ‘첫째 효과’로 다소 미화(?)된 걸지도 모르겠다.


예배가 끝나고 바로 (내) 부모님 집으로 갔다. 아내와 나는 아침을 안 먹어서 무척 배가 고팠다. 마침 교회에서 가래떡을 팔았다. 교회에서 카페까지 가는(아, 부모님 집으로 바로 가더라도 카페는 필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폭풍처럼 가래떡을 흡입했다. 가래떡, 절편 같은 떡을 참 좋아한다. 찌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부모님 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는데, 떡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엄청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저녁 먹을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아서 간단히 먹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을 거다. 아이들은 할머니 집에 온 만큼 매 끼니 풍성하게 먹었다.


오후 한복판이 되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사람의 뇌가 이토록 간사한 것인지 평소에는 졸려도 자지 못하니 극복이 되던 졸음에, 오늘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한 두 시간쯤 잔 것 같다. 시간과 상관없이 무척 상쾌했다. 아내는 내가 일어났을 때쯤 내 옆에 와서 누웠는데 누운 지 10분도 안 돼서 동생네가 오는 바람에 바로 일어났다.


소윤이는 동생이 아주 옛날에 하던 컬러링북을 발견해서 그걸 한참 했다. 수성 색연필로 칠을 하는 거였는데 소윤이가 딱 자기 취향이었나 보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집중했다. 소윤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것들을 보면 어떤 맥이 느껴지기는 한다. 대략적인 감은 잡히는데 이걸 어떻게 접근해야 조금 더 심층적이고 구체적으로 미래와 연결이 가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할머니를 두고도, 장난감을 두고도. 나름 꾀를 써서 선점과 쟁탈을 하는 시윤이와 꾀 따위는 필요 없이 무논리의 고함과 울음으로 대응하는 서윤이의 대결이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때마다 달랐다. 명백히 서윤이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아직은 말로 설명하는 게 어려우니 아무래도 시윤이에게 호소하게 된다. 말이 좋아 호소지 ‘말 못 하는 동생을 왜 이해 못 하냐’고 나무랄 때도 많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된다. 여러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최대 난제다. 칼로 자르듯 딱딱 나눌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건 없다. 언제나 지혜와 묘안이 필요하다.


지난주에 왔을 때, 소윤이는 서윤이 때문에 할머니와 많이 놀지 못했다고 했는데 오늘은 사촌 동생까지 있었다. 오늘도 할머니와 누워서 자기 전까지 장난치고 수다 떠는 시간을 제법 자유롭게 방관했다. 군인들에게 금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TV를 보게 해 주는 ‘연등’ 같은 거다(요즘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잘 때는 소등과 동시에 눈을 감고 자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할머니 집에서 자는 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달콤할까.


소윤이와 시윤이가 할머니와 함께 방에 들어갔을 때, 아내도 서윤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윤이가 낮잠을 30분 정도밖에 안 잤기 때문에 거의 들어가자마자 잠들었다고 했다. 낮잠을 안 잔 아내가 서윤이보다 더 빨리 잠든 게 문제(?)였다. 아내도 깨서 나오기는 했다. 아내는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가서 ‘이제는 적당히 하고 자야 할 때’라는 완곡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물론 그 뒤로도 꽤 오래 웃음소리가 들리긴 했다.


다 함께 모여 윷놀이도 하고 수다도 떨다가 아내가 제일 먼저 자러 들어갔다. 난 아내가 준 2,200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동양화 맞추기 놀이에 참전했고 1,900원의 이득을 남겼다. 아내의 지갑에 전액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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