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아 나대지마

22.02.10(목)

by 어깨아빠

아내는 오늘도 바빴다. 오전에는 온라인 기도 모임, 오후에는 처치홈스쿨 모임. 거기에 저녁에도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온라인 모임의 시대가 열리면서 오히려 더 바빠진 것 같다. 그나마 오늘 처치홈스쿨 모임은 우리 집에서 한 거라, 아내와 아이들이 이동할 일은 없었다.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게 힘든지,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게 힘든지는 때마다 다르다. 그래도 이번 주에는 워낙 나갈 일이 많았으니까 오늘 집에 머문 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다.


하루 종일 괜찮았는데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문을 여는 순간, 정말 딱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찌릿했다. 마치 두통의 불꽃이 붙는 것처럼. 뭔가 이상했다. 그러고 나서 머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육아의 최전선으로 투입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하필 그때 우연히 두통이 시작됐을 뿐.


아내는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요즘 부쩍 말도 늘고 생각도 늘고 더불어 고집도 늘고 떼와 울음도 늘어난 서윤이는, 조금만 심사가 뒤틀려도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서윤이가 하도 아내에게 들러붙는 바람에 밥을 담는 건 내가 했다. 아내에게 소윤이와 시윤이가 간식을 많이 먹었는지 물어보니,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밥을 굉장히 조금씩 담았다.


“여보. 여보 많이 먹어. 많이 했어”


별로 식욕이 없기도 했지만 혹시 모르니 내 밥은 평소와 비슷하게 떴다. 밥을 먹을 때도 두통이 느껴졌다. 신기하게 점점 강도가 세지는 것도 느껴졌다. 처음 떠 온 밥을 다 먹고 식사를 마쳤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을 거라던 소윤이와 시윤이는 몇 번이나 밥을 더 채워서 먹었다.


“아빠. 저는 볶음밥은 무조건 많이 먹어여. 너무 맛있어여”


내 식욕에 이상(?)이 없어서 많이 먹었으면 아이들 먹을 게 모자랄 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 아픈 게 심해졌다. 저녁을 먹자마자 아이들을 씻기고 부지런히 재울 준비를 했다. 모임 시작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을 때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쉬다가 나도 모르게 살짝 잠들었다. 시작 시간이 5분 정도 지나고 모임에 참여했다. 까딱하면 계속 잘 뻔했다. 두통은 여전했고, 머리에 느껴지는 압박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아내는 화면을 이탈해서 누워서 들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왠지 누우면 잠들 것 같았다. 두통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고 수시로 고개를 흔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똑같이 흔들어도 더 많이 아팠다. ‘지끈지끈’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모임을 마치고 잘 때는 절정이었다. 이게 대상포진과 연관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그저 두통이 온 건지 분간이 안 됐다. 아무튼 엄청 아팠다. 이것보다 더 아파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여러모로 걱정이었다. 한 주 내내 골골대는 남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예민하다는 게 아니라 자기라도 멀쩡해야 한다는 정신력을 발휘하느라) 아내도, 가뜩이나 못 봤는데 주말까지 비리비리한 아빠를 만날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출근도 못할 정도로 아프면 가뜩이나 과소비인데 또 써야 하는 연차도. 다 걱정이었다.


아내는 매트리스에 누운 내 머리 위에 손을 얹고 한참 기도를 했다. 밖으로 소리를 내서 한 건 아니라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아마 얼른 낫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겠지. 설마 ‘이 인간 더 고생해서 정신 좀 차려야 된다’라고 기도하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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